통곡

통곡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
누쿠이 도쿠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비채 / 2008년 9월

어린이 유괴 사건으로 인해 한 인간이 얼마나 파멸할 수 있는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통곡' 저자 노쿠이 도쿠로의 작품이다. 저자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읽지 못하고 지나쳤는데 제일 처음으로 만난 '통곡'이 예상밖의 재미와 반전을 선사하고 있어 좀 더 빨리 읽지 못한 것을 아쉽게 여기면서 읽었다. 

젊은 나이에 빠른 승진을 한 경시청 수사 1과장에 있는 사에키는 동료 경찰들 사이에서 그리 환영받지 못한 존재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아버지가 막강한 부와 권력을 소유한 분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는 결코 기쁘지 않다. 아버지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게 경제적 원조를 받은 어머니, 호감을 가지고 사귄 여자는 아버지가 미리 점찍어 놓은 여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사에키의 마음은 싸늘하게 식어갔다. 아내와의 사이에 유치원생 딸 하나를 두고 있지만 마음이 떠난 그는 혼자 나와 르포기자 애인과 만남을 가지며 살아간다.

이야기는 크게 두 개의 시점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독한 인물로 묘사되는 경시청 수사 1과장 사예키가 담당한 어린이 유괴살인 사건과 어린 딸을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한 남자가 우연히 신흥종교에 몸담고 있는 한 여자가 내민 손길을 통해서 구원 받았다고 느끼는 마쓰모토란 남자의 이야기

사에키는 납치되어 살해된 어린이에 대한 수사에 전력을 기우리지만 그를 멀리하는 경시청 분위기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범인을 잡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사건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전혀 포착되지 않는 사이에 용의자로 추정되는 사람 역시도 신빙성이 없다.

마쓰모토는 멍 뚫린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우연히 만나 자신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신흥종교를 찾아다니다 그녀를 보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것처럼 신흥종교는 돈 갈취를 목적으로 자꾸만 기부를 권한다. 남자는 돈으로 편안함을 구할 수 있다면 기꺼이 댓가를 지불할 생각으로 기부를 하게 된다.

어린이를 유괴 당한 부모는 커다란 고育� 받을 수 밖에 없다. 자식의 죽음 앞에 무너지지 않을 부모는 아마 없을 것이다. 마쓰모토 역시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잃고서 삶 자체에 대한 희망은 아예 버리고 방황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기댈 수 밖에 없었던 곳이 하필이면 사이비 신흥종교란게 너무나 안타깝다.

책에서처럼 모습이 들어나지 않는 유괴범이 현실속에서도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면 섬뜩하다. '통곡' 역시 실제로 있었던 어린이 유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트릭이나 반전이 무엇인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읽은 책이다. 그래서 마지막 쯤에 들어나는 진실에 더 놀랐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의 시발점이 된 '사람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마련이다.'이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