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
박영택 지음 / 지식채널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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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루를 그림으로 만난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보았다. 왠지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특별한 날처럼 느껴질거란 생각이 든다. 나의 하루를 가만히 돌여다보면 너무나 평범하다 못해 왜 이리 시시하다는 생각이 문뜩 들 정도로 특별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씩 푸념처럼 가족들에게 털어 놓는 말처럼 밥 준비하고 먹고 다시 준비하고 밥을 먹다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나가 버려 난 밥 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의 일상은 부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많은 시간을 부엌에서 보내고 있다. 때론 허무하고 때론 쓸쓸하고 때로는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문뜩 들 정도로 재미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하루 : 박영택의 마음으로 읽는 그림 에세이'를 통해서 부엌에 있는 여자의 시간이 왠지 포근하게 느껴졌다.  

 

가장 부지런하게 삶을 살아간다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이른 새벽시간을 시작으로 다음날 새벽까지의 시간대를 책 안에 담아냈다. 매일의 일상이 반복적으로 되풀이 되는 시간대에 맞는 그림을 놓고서 그림에 얽힌 이야기와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어우러져 평범한 일상이 왠지 특별하고 소중한 순간처럼 다가왔다.

 

유달리 쓸쓸함이 느껴졌던 김수강님의 '코트 행거' 홀로 남겨진 옷걸이에 대한 이야기는 어떤 옷을 선택해서 입고 나간 뒤에 남겨진 옷걸이를 보면서 옷 주인의 빈자리와 기호를 풀어내며 홀로 남겨진 공간에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들여다 보고 있다. 쓸쓸함과 우울함을 느끼게 하는 사진 한 장으로 남겨진 사람과 자리를 비운 사람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우리의 인생까지도 생각해 보는 작가의 깊은 생각까지도 볼 수 있다.

 

정신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도심 속 한 모습을 그려 낸 박강원님의 '서울 37'은 마치 내가 같은 거리속에 있는 느낌을 받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스쳐가는 도심속 일상의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조금은 투박한 느낌의 붓터치는 오히려 경쾌한 느낌을 받게 하며 전혀 모르는 타인인 스쳐가는 사람들은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우연을 넘어 스치는 인연으로 보아도 무방할듯 싶다.

 

사람들을 만나면 식사 후에 으례 찾게 되는 커피숍의 한 풍경을 담아낸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간이란 이름이 붙은 '행복한 시간'은 내가 사람을 만나면 하는 행동이라 더 친숙하게 느껴졌고 가족을 위해 맛도 있고 영양가도 높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여인을 담아 낸 '부엌, 여자'는 바로 나의 모습처럼 느껴졌다. 여자와 부엌의 관계를 생각했다는 작가의 이야기는 나역시도 많은 시간을 밥 짓는 일로서 시간을 보내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더불어 바로 다음에 나온 엄마 그리고 고독한 낙원이란 이름이 붙은 '엄마의 정원'은 대부분의 엄마들이 저녁 늦은 시간 가족을 기다리며 TV 앞에 앉아 혼자서 시청하는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가슴이 싸하게 안타까운 모습으로 다가왔다. 자신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가족과 달리 가족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나이 든 여자는 외로움과 고독감, 쓸쓸함을 넘어 아늑하고 따뜻한 공간이며 푸근하고 따뜻해야 할 집이 어디로든 떠나지 못하고 지켜야 하는 고립된 공간인 강제된 정원으로 표현했는데 어머니들의 고독한 생애가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는 글에 나역시 무척 공감하게 된다. 이외에도 일상을 시간 안에 담아 낸 이야기들은 대부분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야기들이다.

 

일상의 모습을 새롭게 만나는 시간이라 신선함과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미술평론가가 쓴 그림에세이는 처음이였는데 책에 나온 그림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동안 미술 전시회에 가지 못하고 있다. 다른때보다 더 심한 귀차니즘에 빠져 있던 나를 다시 미술에 대한 흥미와 미술관 나들이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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