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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랑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내가 기다리던 책이 나왔다. 외국의 고전을 재해석한 영화들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도 저런 작품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었다. 한국의 온다 리쿠라는 평을 듣고 있는 조선희 작가님의 '모던 아랑전' 이 책을 미리 만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 했을 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심청전, 금도끼 은도끼, 토끼전, 아랑전설 등의 전래 동화를 재해석 해 놓은 모던 아랑전을 통해서 기존의 일본소설에서 느꼈던 기괴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면서 읽었는데 어느 작품이 좋고 나쁘고가 없이 여섯 편 모두 완벽하게 나의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이였다.
아랑어전은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집착에 대한 이야기다. 평생을 한 사람만을 사랑하고 영원토록 변지 않는 사랑을 가지고 산다면 그보다 행복한 삶은 없을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 주인공의 자리를 차지했지만 알고보면 다른 사람들은 꺼려하는 배역이였던것... 주인공 역을 맡은 남자 배우는 무조건 3년 안에 죽기 때문에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던 역이지만 변변치 않은 자신의 삶보다는 죽더라도 한번쯤 멋진 삶을 꿈꾸는 인생의 욕망의 솔직한 감정을 가진 남자의 마지막이 안쓰럽게 느껴진 이야기였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조카를 품에 안은 외삼촌... 외삼촌의 도움으로 별탈없이 성장한 주인공은 자신이 운영하는 공장이 위험에 놓이자 친구에게 번번히 손을 벌린다. 묵묵히 도와주던 친구도 한계를 느끼고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외삼촌이 꼭꼭 숨겨두었던 쇠붙이를 팔려고 한다.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하다는 쇠붙이... 허나 잠깐의 실수로 쇠붙이를 잃어버리고만 주인공은 노송할머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 놓는데.... 금도끼 은도끼의 결말부분은 예상 밖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어 신선하게 느껴졌다.
최고의 친구를 갖고 싶었던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심청전, 육손으로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며 평생을 비관만 하며 사는 아버지를 대신해 오소리 공주의 남자가 되기로 한 소년의 이야기, 단지 숨을 쉬고 살고 싶어 이혼한 엄마를 외면했던 딸이 엄마를 만나러 가는 이야기 속에 자신보다 못하다고 느낀 친구를 향한 질투가 불러 온 안타까운 사고가 숨어 있었다. 아들 딸에게 해와 달... 신이 될 수 있는 능력을 주고자 스스로 호랑이에게 목숨을 내주며 희생했던 엄마의 이야기까지 어느 하나 매혹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없었다.
결코 과학적인 설명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공포소설이 주는 재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느끼게 해 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던 아랑전 이전에 모던 팥쥐전이 나왔다고 한다. 이 책 역시 읽어보지 못했는데 어떤 전래 동화가 새로운 버전으로 탄생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전래동화를 읽는다. 나역시도 머리도 식힐겸 가끔가다 어린이 동화책을 찾아서 읽는데 예전처럼 아무 생각없이 동화책을 읽지는 못할 것 같다. 소재도 참신하고 내용도 신선하고 여기에 섬뜩한 무서움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이 지날수록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이야기는 낯설지만 공포소설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새로운 버전을 가미한 이야기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조선희 작가의 이 책에 완전 만족하며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