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대화
정지아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정지아 작가님의 책은 처음 만났다. 모르는 작가인 만큼 기대감과 함께 어떤 내용일까 궁금증을 안고 읽어보게 된 '숲의 대화' 읽는내내 삶의 무게가 온전히 느껴지는 이야기들이라 처음에는 먹먹함에 책장이 넘어갈수록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 공감하면서 읽었다.

 

사는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어느정도 나이를 먹다보니 느끼며 살고 있다. 그냥 하루하루 버티면서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아주 작은 소망을 갖고서 살게 되는데 '숲의 대화'에 나온 주인공들의 삶 역시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내일은 나아질거란 희망같은 기대를 하면서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총 11편의 단편 중 제목에 붙은 숲의 대화에서는 한 남자의 안타까운 사랑과 자신이 결코 이길수 없었던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여자를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인 남자, 평생 아내의 마음속에 담겨진 다른 남자의 존재로 인해 혹시나 자신의 곁을 떠날까봐 불안감에 마음 편히 살지 못했던 한 남자의 고백은 너무나 아픈 우리의 역사 속 인물들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증 장애인이지만 어머니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으로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나'란 존재는 술만 마시는 무능력한 아버지를 위해 헛개나무 숲을 일구는 것으로 자신만의 천국을 만들고 생활하고 있다. 그런 그가 옆 집에 시집와 남편의 구박과 구타를 견디어 내는 타국 여성을 안쓰럽게 생각하고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그녀를 자신이 가꾸는 헛개나무 숲에 발을 들여놓게 한다. 허나 어머니란 존재는 어쩔 수 없이 남편의 구타로 인해 망가질데로 망가졌지만 아이를 위해 다시 지옥같은 삶 속으로 달려가야 한다.

 

평생을 고생이란 것을 모르고 안전한 남편의 보호하에 살았던 김여사의 일상과 비교되는 일하는 아주머니의 삶이 참으로 대조적이였던 것이나 알콩달콩 텃밭을 가꾸며 한가로운 삶을 꿈꾸었던 귀농의 집짓기는 전혀 의외의 복병이 등장하면서 무참히 깨지고 만다. 자신의 집도 아니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옆집 남자 황씨의 본심은 무엇이며 그로인해 농촌의 인심이 좋다는 말은 전혀 사실과 다른 현실을 만나게 되는 '즐거운 나의 집', 고향을, 엄마를 외면하고 싶어하던 작은 딸의 본심과 다르게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언니로 인해 처음으로 목욕이란 것을 함께하며 자신 안에 들어 있던 불편한 감정들을 때를 밀듯 사라진 '목욕 가는 날',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아들을 돌보는 부모님의 노력은 자식이니까 하면서 당연히 받아들이기에는 노부부의 삶이 너무나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런 부모님에게 도움을 손길을 내밀수 밖에 없는 또 다른 아들의 모습 또한 바로 우리들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외에도 여든이란 나이를 먹은 일본식 이름을 가진 세 할머니의 남다른 인생 이야기를 비롯해 책 속에 담겨진 이야기는 우리 현실 속 인물들과 너무나 닮아 있어 몰입하게 되고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가슴에 남들에게 말하기 싫은 비밀아닌 비밀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나 형제, 자매를 비롯해서 타인에게 느끼는 불편함이지만 선뜻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타인보다 가족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다고 한다. 가깝기에 당연히 나를 이해하고 받아준다는 생각에 무심히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상처받지만 굳이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생이든 한 우주만큼의 무게가 있다"란 책표지의 글이 유달리 가슴에 와 닿는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하루하루 살아간다는게 어쩌면 대단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어떤 모습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행복하고 나을거라는 작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고 있는 나 자신과 대면했던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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