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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 1 - 홀로 바람되어
박희재.박희섭 지음 / 다차원북스 / 2013년 1월
평점 :
왜 나라의 가장 큰 어른이 바로서지 못해서 죄없는 백성이 고생을 해야하는지... 백성들의 고충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지는 역사소설을 읽은 때마다 내가 그 시기에 살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새삼 느끼곤 한다.
책의 무대는 고려 28대 충혜왕 시대로 우리나라 5천년 역사를 통털어 이런 왕이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온갖 횡포를 일삼은 왕이다. '동동'은 여러사람들이 무리지어 추는 춤이라고 한다. 당시 시대상황이 어렵고 힘들기에 군무 동동을 통해서 삶의 고단함을 달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백성들의 어려운 삶이 느껴진다.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임금인 충혜왕은 본인이 먼저 국고를 낭비하며 백성들의 삶은 나몰라라 하면서 방탕하고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다. 아버지 충숙왕의 서모는 물론이고 이쁜 여인만 보면 남편을 둔 아낙네든 처녀이든 상관하지 않았으며 신하의 아내든 백성의 여인이든 아무나 탐하였을 정도로 주색에 빠져 살았다. 바른말을 하는 신하는 반드시 베어 죽이므로 아무도 충혜왕이 두려워 제대로 된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런 충혜왕 옆에 있던 신하로 인해 '동동'의 주인공 김양검의 비극적인 삶이 시작된다.
몸도 마음도 어여쁜 아내를 둔 김양검은 아기를 낳고 더욱 성숙미가 풍기는 아내가 나날이 더 사랑스럽다. 그런 아내가 충혜왕에게 겁탈을 당한것도 모자라 무참비 살해 당한다. 김양검은 복수를 위해 왕을 살해하려다 몰래 잡입한 곳에서 그를 설득하는 학선대사로 인해서 붙잡히고 만다. 허나 그런 양검을 안타깝게 여긴 학선대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된다.
양검은 두 명의 운명적 여인을 만나게 된다. 한 명은 양검에게 두 명의 오라버니와 남편을 잃은 지심녀와 풍천도사의 조카딸인 유정이다. 지심녀는 거란족의 후손으로 두 오라버니와 남편과 짜고 지나가는 나그네를 속여 자신들의 주막으로 유인한 뒤 약을 타서 먹인 후 나그네의 갖고 있는 재물을 빼았으며 생활한다. 똑같은 술수를 김양검에게 썼지만 이런 그들의 술수는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오라버니와 남편이 죽음을 당하고 마는데 이미 뱃속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던 지심녀의 모습에서 죽은 아내의 모습이 겹쳐져 살려두지만 이로인해 평생 그를 쫓아 복수만을 생각하는 지심녀의 공격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또 다른 운명적 여인인 풍천도사의 조카딸 유정은 김양검을 보고 한 눈에 반하고 만다. 그를 마음에 두면서 양검을 찾아 방방곡곡을 다니게 되는 인물로 그녀의 곁에는 무영이란 불리우는 남동생이 있다. 무영은 김양검의 아들이다. 아내가 죽고 왕을 시해하려던 것이 발각되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유모가 아이를 구하고자 도망치던 와중에 잃어버린 아들인데 유정 옆에 있는 자신의 아들 무영을 김양검은 알아보지 못한다.
동동에는 참으로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동자승으로 남다른 포부를 가지고 있는 불동은 우연히 듣게 된 비서를 손에 넣은 뒤 도망쳐 몰래 수련하여 높은 경지에 오른 편조란 인물이나 김양검에게 복수를 결심한 지심녀란 인물 역시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 한번 그녀를 품은 남자는 결코 그녀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마력에 빠져든다. 분명 자신에게 해로울 여인인줄 알면서도 품고 싶은 여자인 지심녀와 여러명의 대사, 국사, 고승을 비롯한 인물들...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참으로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여러 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삶의 목적과 의미를 쫓게 된다. 그들이 얻고자 하는 것은 지금 우리가 현실속에서 얻고자 하는 것들과 하나도 다를게 없다. 권력, 부와 명예, 사랑과 복수 등을 위해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20여 년이란 시간을 느낄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전개된다.
조금 아쉽다면 김양검이란 인물이 좀 더 활약하는 이야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고려시대 왕하면 제일 태조 왕건 빼고는 공민왕인데... 공민왕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감한 정치개혁을 했던 개혁군주란 이름에 맞게 공민왕을 중심으로한 이야기가 지심녀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조금 줄이고 조금 더 많은 분량을 차지했으면 더 흥미진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싶은 생각이 들었다. 또 요사스러운 승려인 신돈이 비책을 두 권의 비책을 얻게 되는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정말 그래서 신돈이 요승이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역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좋아할 책이다. 살기 힘든 백성들의 삶이 온전하게 녹아나 있는 책으로 조선시대보다 아무래도 덜 알려진 고려시대 백성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