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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이선희 옮김 / 예담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누구에게나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십자가가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십자가의 무게는 가벼워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쇠약해질수록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하고 어느때는 모든 짐을 놓고서 편한 길을 선택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십자가' 왜 이런 제목이 붙었을까?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는 우연히 텔레비젼 다큐멘타리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보고서 단 2주일 만에 이 책을 완성했다고 했다. 저자를 이렇게까지 집중하게 만들었던 이야기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자살' 그것도 학교폭력, 왕따로 인해 몸과 마음이 온통 피폐해질데로 피폐해진 학생이 자살을 선택하고 그런 자식을 둔 아버지의 인터뷰를 보고서 쓴 책이라 텔레비젼을 통해서 왕따, 자살,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안됐다고하면서 무심히 보던 것보다는 훨씬 더 생생한 목소리로 다가 온 책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말을 내뱉는다. 나이프의 말과 십자가의 말... 나이프에 베이면 순간적으로 너무나 아프다. 허나 베인 살이 아물면서 상처가 없어지면 낫는 것과는 달리 십자가에 박히면... 흔히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혔을때를 떠올리게 되듯이 그 고통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거 같다. 십자가에 못이 박히듯 가슴속에 못박히고 등에 십자가를 짊어지듯 계속적으로 영향을 받고 무게를 느끼며 살아야하는 한다면... 그 고통은 이 세상 어떤 고통보다도 깊고 아플거 같다.
어느정도 세상을 살다보니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볼 때 중학교 2학년이면 마냥 행복하고 즐겁게 살아야 할 시기라생각이 든다.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열심히 하면서 친구들과 다양하고 아기자기한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가야 할 시기에 '후지슌'은 자신의 집 마당에 있는 감나무에 목을 메 자살을 한다. 자식의 자살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아버지... 왜 자기 자식에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부모는 세상이 원망스럽다.
자살한 후지슌의 유서에는 네 명의 학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휴지슌 자살로 몰고 간 두 명의 가해학생뿐만아니라 가해학생들과 교묘하게 얽혀 있는 한 명의 학생, 그리고 피해자가 절친이라고 쓴 이 책의 주인공이기도 한 사나다 유, 그리고 후지슌이 남몰라 좋아했던 소녀 자카가와 사유리... 같은 반 다른 아이들보다 다섯 명의 학생들은 후지슌의 자살로 인해 가장 큰 십자가를 등에 지게 되었고 그들이 커가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신의 생일날 후지슌의 전화만 받았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고통속에 자의반타의반으로 후지슌의 부모님을 찾아뵙는 사유리와 달리 절친도 아닌데 자신의 이름이 적힌 관계로 후지슌의 부모님의 마음에 신경을 써야하는 자신의 입장에 복잡한 심정을 가지고 있는 사마다의 심리를 볼 수 있다. 이런 사마다와 사유리는 후지슌의 그림자와 떨어지고 싶어 다른 지역의 대학을 선택하게 된다. 두 사람은 대학 입학전에 후지슌의 부모님을 찾았다가 사유리가 오열을 하면서 쏟아 놓는 말에 격분한 사마다는 그동안 자신이 갖고 있던 심정을 토로하는데....
시간이 흐르고 자신이 가족을 이루고 한 아들을 두었을때 우연히 보게 된 아들의 노트에 적힌 이름을 보고서 비로써 예전에 죽은 후지슌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 사나다... 그는 비로써 자신이 그토록 내려놓고 싶어했던 십자가가의 그림자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후지슌의 자살은 그의 부모님에게는 충격을 넘어서 자식의 아픔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함께 아들이 왕따를 당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체 방관만한 같은 반 아이들에 대한 원망이 뒤섞여 복잡한 심정을 가지게 된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후지슌이 죽고 남겨진 부모님의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야 했던 동생 켄스케다. 사마다가 절친이 아닌것을 뻔히 알면서도 사마다에 대한 원망과 죽은 형에 대한 추억만을 가지고 겨우 삶을 지탱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이 켄스케에게 얼마나 커다란 상처와 고통이였는지... 그가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가 짐작이 간다.
스토리는 총 20년에 걸쳐 이어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중2, 중3, 고등학교 시절의 사마다와 사유리의 심적 고통에 대한 부분은 충분히 공감이 되며 서로에게 끌리지만 서로가 가진 고통과 상처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결코 행복한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 한 곳을 볼 수 없기에 다른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이미 후지슌의 유언장이 발견될 때부터 정해진 순서였을지도 모르겠다.
'십자가는' 왕따로 인해서 자살에 이른 학생의 남겨진 가족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과하지 않으면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이 사건을 취재하면서 알게 된 두 명의 프리랜서 기자들이 들려주는 방관자들의 모습은 어디서나 한번쯤 흔하게 보아왔고 선뜻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던 나 자신의 모습 같아서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학교는 물론이고 성인들이 모여 있는 직장에서도 흔하게 왕따나 따돌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할 정도다. 알고 있었지만 모른체 외면했던 학교폭력 앞에 이제는 더 이상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깊이 느끼는 시간이였으며 나 아이만 아니면 된다는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