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 20년째
유현수 지음 / M&K(엠앤케이)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사랑을 나누다 결혼을 하고 행복한 결혼생활로 마무리 되면 그야말로 더 이상 바랄게 없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는데 평범한 남녀가 결혼 전까지 8번의 연애를 한다고 한다. 8번이라 숫자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규명지어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연애 고수들에게는 결코 많은 숫자가 아니고 연애에 조금 서투른 사람들에게 조금 많다는 생각이 드는 숫자다. 연애의 숫자만큼 경제적 이유 등을 들어 연애기간이나 싱글로 지나는 시간 역시도 점차 길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현실 속 반영이 들어 간 책 '연애만 이십년째'는 대학 신입생이던 여학생 3명이 결혼에 이르지 못하고 연애만으로 시간을 보낸 청춘보고서다.

 

새내기 신입생 보라는 선망하던 남자를 만나고 싶어 서울예전 영화과에 진학한다. 보라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자는 같은 과 선배로 입학날부터 보라의 남자친구가 된 진욱이다. 둘은 알콩달콩 막 시작한 연인들의 공식을 따라하며 사소한 일에도 티격태격하며 만났다 헤어졌다를 오가며 서로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어간다.

 

보라의 단짝 친구 희재와 미소는 전혀 상반되는 인물들이다. 희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아픈 상처를 가진 아이다. 그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해버린 아버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아버지 없는 아이로 엄마와 살았지만 엄마마저도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으로 세상과 이별을 고하자 어느순간부터 기가죽고 이모에게 신세를 지고 사는 인생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G컵의 가슴크기를 자랑하며 명랑쾌활한 아가씨 미소... 어찌보면 커다란 가슴이 약점이 될 수도 있는데 자신의 신체에 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자랑하는 그녀는 삶에 있어서도 대담하다.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이혼한 엄마의 초청으로 미국행을 택한다. 미국에서의 비밀스런 삶을 살던 그녀는 공부대신 엄마가 운영하는 네일샵에서 네일아티스트로 활동하며 나름 이름과 부를 얻어 사귀던 남자 친구를 따라 한국에 오지만 이 선택은 그녀의 일생에 커다란 오점으로 남게 된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사는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는 선망의 대상으로 멀게만 느껴지던 존재가 아니라 그들도 우리처럼 사랑에 고민하고 아파하며 갑작스런 천재지변으로 가족을 잃으면 한없이 슬퍼하는 평범한 우리와 같이 즐거우면 웃고 슬프면 우는 존재로 친근하게 다가온다.

 

태어날때부터 다른 사람보다 축복한 신체를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보라가 바로 그런 존재다. 궁핍하지 않은 생활을 살아가는 인자한 부모님을 두고 이쁜 얼굴과 날씬한 몸매를 가진 그녀는 여성이라면 한번쯤 꿈꾸게 되는 신체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 보라지만 연애, 사랑에 있어서는 평범하다. 사랑하는 존재 때문에 울고, 웃고, 질투와 시기심에 헤어지고 다시 만나는 생활을 반복하던 그들은 진짜 서로에게 확실히 필요한 존재라는 인식과 더 이상 떨어져 살기 싫어 결혼을 결심한 그 시기에 운명의 장난처럼 나타나는 위기... 허나 이 위기는 결코 비켜지나 갈 수가 없다.

 

X세대 3인방 보라, 미소, 희재를 비롯해 그녀들의 남자친구들은 물론이고 선배 혜영와 그녀의 남편 예준까지... 한없이 순진하고 패기 넘치던 20대를 지나 열정만으로 살 수 없다는 30대를 마감하는 순간에도 3인방은 여전히 싱글로 남아 있다. 타인의 시선으로 보면 매력적으로 보일 그녀들의 싱글인생은 결코 순탄하지 못했다.

 

저자가 드라마 작가여서 드라마로 만들어졌으면 더 좋았을 책이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다소 산만하게 진행되는 스토리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보라, 미소, 희재의 일기는 공감이 된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기에 드라마나 영화, 문화까지 추억할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