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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 ㅣ 응답하라
박이정 지음, 이우정 극본 / 21세기북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재작년부터 다시 불기 시작한 쎄시봉 열풍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영화나 연극,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작년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은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으로 연상되는 첫사랑이란 소재를 갖고 9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커다란 성공을 거둔 영화다. 영화로 건축학개론이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면 드라마에서는 케이블 TV에서 만들어져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으로 타고 인기를 얻은 '응답하라 1997'가 있다. 평소에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고 거기에 드라마는 시청하지 않는 관계로 친구를 통해서 이 드라마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잘 몰랐다. 기대와 호기심, 궁금증을 가지고 드라마를 시청하려고 했는데 내가 보려했을 때는 이미 마지막 방송을 앞 둔 상황이라 많이 아쉬웠는데 책으로 만날 수 있어 기뼜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특별하다. 주인공 윤윤제와 성시원은 서로에게 첫사랑이다. 갑작스럽게 사고로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친구였던 시원의 부모님과 어울리며 부모란 정을 느꼈던 윤제에게 시원은 동갑내기 친구이며 가족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헌데 어느날 가족 같았던 시원이 한 명의 여성으로 인식되는 시간이 생긴다. 단지 늘 쓰던 안경을 벗고 렌즈를 착용한 지극히 평범한 일이 윤제에게는 특별한 하루로 인식되고 그 마음은 평생을 가지게 된다.
시원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윤제와 달리 시원에게 윤제는 여전히 가족이며 친구다. 명랑함과 쾌활함, 활가닥 기질까지 갖추고 있는 시원은 윤제에게 무차별 폭력을 수시로 사용한다. 시원에게 윤제는 편한 존재지만 시원과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에게는 윤제는 그야말로 킹카중의 킹카다. 무엇하나 빠지지 않고 잘 하는 윤제를 제대로 봐주지 못하고 있는 존재는 시원뿐이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하게 한 우물가 첫키스, 여기에 대학입시 바로 전날 마음을 담은 고백을 하려고 마음 먹은 윤제에게 시원을 좋아한다는 존재가 나타나면서 윤제는 자신의 마음을 접기로 한다. 상대는 자신이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다소 억지스런 느낌이 있지만 각종 비리나 이권에 개입하지 않을거라 예상되는 대통령후보 윤태웅이란 인물이 현실 속에서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나혼자일까? 생각도 해보며 윤태웅의 피앙세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주는 의사 선생님의 모습 역시 귀엽게 다가왔다.
90년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가수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H.O.T나 젝스키스, 동방신기 등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을 쫓아다니는 극성팬과 팬클럽, 여기에 나이를 먹어도 결코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는 이들의 모습까지....
슈퍼스타 K를 통해서 알게 된 서인국이 윤윤제역을 맡았다는 것도 처음이고 전혀 모르는 인물 성시원역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정은지, 여기에 내가 유일하게 보는 프로그램 1박 2일의 멤버였던 은지원이 나와 가수들이 주인공인 드라마란걸 알게 되었다. 연기논란을 일으키는 가수들과는 다르게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면 노래는 물론이고 연기도 잘하는 가수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사랑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아름답게 미화되어 기억되는 첫사랑... 첫사랑에 대한 기억은 물론이고 그 시대에 살았던 추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는 충분히 공감하고 읽는내내 좋았다. 이제는 어른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지고 있어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들만 보아도 반갑다. 드라마를 못보고 책으로 만났지만 내가 기대했던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 구수한 부산사투리까지.. 책의 내용이 저절로 드라마 영상으로 연상되어 즐겁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