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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ㅣ 청춘 3부작
김혜나 지음 / 민음사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루저가 피해자라면, 루저 중의 루저는 자해자다. 이 시대의 루저들에 대한 소설을 거침없이 쓰는 작가 김혜나... 사실 김혜나씨의 작품은 '정크'가 처음이다. 2010년에 '제리'란 작품으로 작가상을 수상하며 등장한 그녀의 작품은 반도덕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으로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제리는 못 읽었지만 정크 역시 제리 못지 않은 충격적이고 대담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책 장을 넘기면서 자꾸만 불편해지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이미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성적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예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나누어도 좋을 이야기로 대접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인공 '성재'의 삶을 들여다 보면 성소수자들의 삶이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나역시도 살짝 삐틀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해보았다.
성재는 살아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 하는 인물이다. 일주일에 한 두번씩 오는 아버지란 존재는 아들을 보면서 살가운 말이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다. 의무감처럼 자식에게 돈 몇 만원을 건네는 것으로 아버지로서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뿐이다. 아버지가 오셨을 때에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엄마... 그녀 역시 먹고 살기 위해 매일매일 노래방 도우미를 전전하며 힘든 삶을 살아간다. 처음부터 남의 남자인줄 알고 시작했는지는 몰라도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성재 엄마는 첩이다. 첩의 자식에 노래방 도우미로 일하는 엄마, 어릴적부터 엄마의 화장품을 바르며 달라진 자신에 모습에 도취되어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꿈꾸지만 현실은 화장품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약에 취하고 애인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들과의 하룻밤 사랑에 몰두하기도 하는 성재.... 사방을 둘러보아도 그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 암울하고 우울하다.
스토리의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는 동성애의 성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일반적인 이야기라 아니라서 살짝 불편하게 느껴졌다. 결혼도 하고 어느정도 성에 대해 알고 있고 소수자들의 성에 대해서도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편한 감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성재란 인물이 성소수자이기도 하지만 절망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절망이란 늪에서 빠져 다양한 약을 사용하는 그의 모습이 더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애인이지만 둘 다 여성적 성향이 강한 민수형과 성재가 그들을 인정하는 나라에 가서 살았다면 행복했을까? 서로가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기에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사랑이란 감정 역시도 변화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성재에게는 바로 아버지다. 한번도 제대로 불러 본 적 없는 아버지란 소리...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서.... 아버지란 자리에 맞게 행동하는 민수형을 보면서 성재는 절망 한다.
너무나 아픈 청춘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는 성재란 인물을 통해서 우리 사회 한부분에 살고 있는 어두운 인물들을 들여다 보게 한다. 산다는 것이 결코 행복하지도 즐거운 일도 아닌 그저 죽지못해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자괴적이고 안쓰러울 뿐이다. 성소수자들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 느껴졌다. 저자 김혜나씨의 다음 작품은 또 어떤 이야기로 또 우리를 놀라게 할지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며 못 읽은 '제리'란 작품 역시 찾아서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