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한성례 옮김, 사카모토 유지 극본 / 느낌이있는책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갈수록 세상 살기가 무섭다고 한다. 연일 TV이 뉴스를 통해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섬뜩한 범죄를 다루고 있는 이야기거나 자동적으로 리모컨으로 다른 채널을 돌리게 되는 정치얘기들 뿐이다. 마음이 따뜻하고 세상사는 정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특히 사회적으로 가장 커다랗게 화두가 되고 문제라고 느껴지고 있는 것이 학교폭력을 다룬 것이다. 나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 내 아이가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상황에 있을 수 있기에 나름 아이의 학교생활이나 친구관계에 대해 신경을 쓴다고하지만 이마저도 아이가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 조금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도 내 아이는 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믿고 생활하고 있다.

 

왕따나 집단 따돌림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학교는 물론이고 직장내에서나 사람들이 모이는 크고 작은 모임에서도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 현실이다. 좋은 것보다 나쁜 것이 더 빨리 흡수되고 전파된다. 드라마를 통해 방영되어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일본내에서 커다란 이슈가 되었던 드라마를 책으로 접했는데 '우리들의 얼룩진 교과서'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 상영되어 영화속 장애학교가 법정에 서는 사건으로 화제를 모았던 '도가니'의 일본판이야기라는 글에 호기심을 안고서 읽게 된 책이다.

 

우선 내가 도가니를 책으로 읽었기에 일본판 도가니라는 생각을 갖고 지레짐작을 어느정도 하고 책을 읽어내려가다 전혀 다른 소재의 이야기란걸 알게 되었다. 우선 책을 다 읽고난 지금 무엇보다 마음이 아프다. 가해학생도 피해여학생도 결국 알고 보면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잘못으로 인해서 비틀어진 행동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갑자기 자리를 비운 선생님을 대신해서 임시담임을 맡게 된 '가지 교헤이'는 첫날부터 다른 학생들과 동떨어져 있는 여학생 아이자와 아스카니를 보게 된다. 아이자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남다른 느낌을 받게 되고 소녀가 던진 한마디는 오래도록 그의 가슴에 남아 있게 된다. 아이자와를 통해서 낯선 여자 쓰미키와 합석하게 된다.

 

아이자와의 갑작스런 죽음을 둘러싼 남겨진 사람들이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아이자와가 가지고 있던 진짜 비밀은 무엇이고 학교가 알면서도 모른체 눈감고 있는 진실을 파헤쳐 가는 과정 속에서 수시로 변화하는 어른들의 어두운 얼굴들과 마주치게 된다.

 

3개월이란 짧은 시간을 함께 보낸 쓰미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던 아이자와의 아픈 상처나 학교내 아이들을 둘러싼 집단따돌림의 진실을 파헤쳐가던 중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진실을 외면하고 변해가는 가지 선생님의 모습, 모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학교를 지키겠다는 교감선생님의 굳은 의지가 불러 온 슬프고 아픈 결말은 지금 우리내 학교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따돌림의 얼굴이란 생각이 들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도 무섭지만 같은 반 친구를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집단따돌림의 위험성은 더 이상 모른체 지나쳐서는 안되는 일이란걸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누구보다 믿고 따랐던 존경하던 존재에 대한 배신이 불러 온 아픔으로 인해 그 진실을 우연히 알게 된 친구를 따돌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엇보다 안타까우면서도 무섭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들어내고 싶지 않은 진실은 있다. 그것이 부모님에 대한 것이라면 자신의 일보다 더 격분하고 흥분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가 다 피해자일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내가 왕따를 시키지만 내일은 누군가에 의해 내가 왕따가 될 수 있다.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 온 집단따돌림에 대한 날카로운 실체가 들어난 작품으로 그 심각성을 다시한번 부각시켜주며 사실적이고 현실감 있는 이야기가 책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내려 갈 수 밖에 없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둔 학부모님이나 학생, 직접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선생님들이 꼭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