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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 안도현 아포리즘
안도현 지음 / 도어즈 / 2012년 11월
평점 :
사람을 감동시키는데는 굳이 긴 말이 필요하지 않다. 글 역시 마찬가지다. 짧지만 삶과 인생, 생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 느껴지는 글을 읽다보면 마음속 깊은 곳에 잔잔한 파문이 일어나는 것을 느끼곤 한다. '네가 보고 싶어서 바람이 불었다' 역시 저자 안도현 시인의 30년 넘는 시간동안 그가 발표한 동화나 산문집에 발표한 글 중에서 따로 뽑아 이번에 발표한 책이다.
살면서 순간순간 중요하고 소중한 것들을 잊고서 눈에 보이는 부와 좋은 것, 화려한 것을 쫓아 인생을 달려가기 쉬운게 우리네 삶이다. 중요한 것을 중요하지 않게 여기게 되고 정작 필요치 않은 것들에 매달리는 우리들에게 안도현 시인은 인생의 깨달음을 통해 얻어진 것을 아포리즘이란 이름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아름다운 것은 멀리 있지 않다. 크기가 아주 큰 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것은 금방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힘이다. 그것이 아름다움이 아름다울 수 있는 까닭이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 오래도록 머무는 아름다움, 그것이 선(善)아닌가. 일생 동안 쌓아 놓은 재산이나 빛나는 업적보다는 한 사람의 가장 빨리, 가장 절실하게 추억하도록 만드는 게 있다. 어떤, 사소하고 아련한 냄새가 그것 아닐까. 사소하면서도 아련한 냄새가 재산이나 업적보다 훨씬 소중하다. -p080-
진정한 여행은 세상의 출구이자 입구이다. 떠나야 할 때 떠날 줄 아는 것. 돌아올 때 돌아올 줄 아는 것이다. 모아 둔 돈을 쓰기 위해. 여가를 즐기기 위해. 눈요기를 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p140-
자신에게 온전히 돌아오기 위해 떠나는게 여행이라고 한다. 안도현 시인은 가을 바다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가을바다가 다른 계절의 바다보다는 느낌이 좋다. 여름바다는 사람들이 들끊어 바다를 제대로 느끼기 힘들고 겨울바다는 무엇보다 가슴속까지 서늘함이 느껴져 내 마음 속까지 얼어붙게 할 것이라 느낌이 들지만 가을바다는 왠지 쓸쓸하면서도 센티한 낭만을 느끼게 해 준다는 느낌을 준다.
여자라서인지는 몰라도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에 대한 글에서는 나도 모르게 맞아맞아를 반복하게 된다. 아직은 아들을 장가보내기까지 시간이 좀 있기에 어머니의 입장이 아닌 아내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보고 있는 나를 보게 되고 어머니의 이야기는 정이 느껴지는 구수하고 정겨움이 느껴지는 느낌을 주지만 아내는 왠지 서울깍쟁이란 말이 절로 생각이 나듯 반듯하고 정돈된 느낌의 조금은 차가운 요즘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어'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집안에 어항을 들어 놓고 물고기의 생태를 관찰하는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밌다. 안도현 가족이 물고기를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가 그들의 생활을 보고 있다는 발상, 세상이란 어항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이란 이름의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는 왠지 쓸쓸하기까지 했다.
젊었을때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스쳐지나가게 했던 것들이 나이를 들면서 자꾸만 생각이 나고 후회가 된다. 젊었을때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을 갖고서 생활을 했다면 덜 실수하고 후회도 덜 했을거란 생각이 들지만 앞으로 남은 인생은 조금 슬기롭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깊이와 통찰이 느껴지는 글이라 읽을수록 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