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킹의 후예 - 제18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이영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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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거대 신인작가의 등장을 보았다. '체인지킹의 후예'는 저자 이영훈씨의 첫 장편소설이며 무엇보다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이란 글에 이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이미 문학동네를 통해서 유능하고 능력있는 많은 신인작가들의 작품을 만났다. 지금은 많은 애독자를 가지고 있는 은희경, 천명관, 전경린 등의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 문학동네의 소설상을 수상하면서 우리앞에 화려하게 등장을 했고 작품성 또한 인정을 받았기에 체인지킹의 후예에 대한 기대 또한 남달랐으며 기대에 뒤지지 않는 작품을 만나 재밌게 읽었다.

 

누군가의 부재가 한 인간의 성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해서 한 발자욱 물러서서 방관자적 눈빛으로 쳐다보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에 의해 지적 받는다면 그것이 설령 옳은 말이라고해도 결코 달갑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영호는 보험회사 심사팀에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겉보기에 평범한 남자다. 그런 그 앞에 어느날 점심시간 직전에 한 여자가 등장을 한다. 자궁암에 걸려 병원 치료 전에 미리 보험사를 방문한 여자 채연의 첫인상에 남다른 느낌을 받으며 우연히 이어진 냉면집의 재회 후 그녀를 향한 자신의 알 수 없는 마음은 그녀가 입원한 병원으로 남자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결국 채연에게 결혼 제의까지 받게 된다.

 

자궁암 2기에 힘든 수술과 치료를 앞두고 다른 것은 생각할 겨를도 없을 상황에 놓인 채연은 미국에 있는 자신의 아들 '샘'을 데려오기 위해 결혼을 서두른다. 그런 채연의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전혀 이이를 제기하거나 거부감 없이 순순히 받아들이는 영호.... 그는 채연을 대신해 공항으로 샘을 데리러 간다.

 

병원에 있는 채연 대신에 샘과 함께 동거를 하게 된 영호는 샘의 입에서 한마디 듣고 싶어 여러가지 일상을 들려주지만 샘은 결코 입을 떼지 않는다. 아버지로서의 위치보다는 채연을 위해 샘과 친해지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영호는 샘이 보던 '특촬물' 변신왕 체이지킹을 보며 왜 유치하기만 한 어린이 프로를 반복해서 보는지 궁금증이 생겨 생전 처음 인터넷 카페에 가입을 해서 체이지킹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려던 중에 몇 년째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칩거형 외톨이 '라이더레인저' '민'과 만나게된다. 그를 통해 샘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하지만 정작 민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영호를 불편하게 할 뿐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자신의 아픔 상처와 마주하는 시간은 결코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영호는 민을 통해 자신안에 잠재워 두고 있던 과거의 상처와 대면할 용기를 갖게 된다. 스토리는 샘과의 관계의 해결점을 찾기 위한 영호의 모습과 함께 영호가 맡았지만 채연과의 결혼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커져 버린 보험금 청구에 얽힌 이야기가 교차되어 이어진다. 영호가 있었다면 결코 크게 확대되지 않았을 보험금 청구건이 영호의 부재와 함께 이야기의 한 축으로 등장한다. 영호의 눈을 보면서 자신의 아들을 떠올리는 남자 '안'과 함께 보험금 청구건을 파헤쳐 가던 중에 예상치 않게 일어난 일로 인해 영호가 변화하는데 도화선이 되어준다.

 

정작 샘이 특촬물 변신왕 체인지킹에 가진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서로 다른 이유지만 아버지의 부재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등장인물들은 서로가 가진 아픔을 이해한다. 전체적으로 지루한 느낌없이 매끄럽게 스토리가 진행되어 읽는내내 즐거웠다. 초반을 살짝 지나갈 무렵 갑자기 등장한 특촬물 '변신왕 체이지킹'이 왜 제목으로 설정되었는지 다소 엉뚱하다는 생각이 들 겨를도 없이 바로 이해가 된다.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한 세대가 진정 좋은 아버지가 역활을 할 수 있는지... 자신의 아버지를 죽여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체인지킹의 모습을 통해 경쟁속에 내몰렸지만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배워야만 하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많은 아버지들이 자녀들과의 시간을 늘리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려고 노력한다. 우리집의 경우는 옆지기도 아들과 많은 대화를 하지 않고 지낸다. 본인은 대화를 한다고하지만 아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방적인 위에서 아래로 내려지는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소통이 원할하지 못한 면이 있는 대화를 바꿔보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체인지킹의 후예' 한 권의 책이 저자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여준다. 그의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지 벌써부터 기대하게 되고 하루 빨리 그의 작품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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