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화
허수정 지음 / 고즈넉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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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이 지나도 믿을 수 없는 사랑의 기적' 상실과 희망을 담은 불교 색체가 강하게 풍기는 책이지만 역사에 픽션이 가미되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듯 그 아름다움에 매료되는 책이다. 불교경전의 총서인 '대장경'을 둘러싼 허수아비 왕과 최우의 권력다툼 속에서 끝내 사라져 간 세 남녀와 한 명의 법사를 중심으로 쓰여진 픽션이 가미되어 한 편의 로맨스추리소설을 읽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 '부용화' 저자 허수정씨의 작품으로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이 가미된 픽션을 첨가하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주로 쓰는 작가란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전에도 불교 색체가 강한 책들을 몇 권 읽었고 영화로 만들어진 것 역시 본 기억이 있다. '부용화'는 몽골의 침략에 의해 불에 타버린 대장경이 실은 충신 김강신의 지혜로 인해서 빼돌려졌다는 설정으로 시작한다. 침입 당시 시간을 벌기 위해 몽골군에 싸우다가 전사한 김강신의 딸 '용화'로 그녀는 다시 민심을 얻고 자신을 우롱하는 최우에게 반격을 가하기 위해 왕의 하명하에 대장경을 나르는 일에 동행하게 된 여인으로 그녀를 둘러 싼 피가 섞이지 않은 남동생 학승 진호와 아름답고 매혹적인 용화의 모습을  마치 관세음보살님을 보는듯 매료된 법사 우송... 그는 왕의 스승이며 왕의 밀명하에 대장경을 운반하는 일을 맡게 된 막중한 임무의 책임자다. 우송, 용화, 진오와 더불어 대장경의 안전한 운반 중 만약에 생길 일을 책임질 남자로 최우의 측근인 양무란 차가운 인상의 냉혹한 남자가 함께 한다.

 

불심이 깊었던 고려인들의 마음에 다시 몽골에 짖밟힌 자존감과 희망을 일으키기 위한 왕의 계략으로 이루어진 대장경 운반... 네 명의 남녀는 대장경 운반을 둘러싸고 어느순간 커다란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각자가 깨닫기 시작한다. 믿었던 존재로부터의 배신이나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해 기꺼이 살생도 감내하라는 명까지 받게 되는 이들의 운명은 각자의 모습에서 서로가 가진 또 다른 면을 보면서 흔들린다.

 

초중반까지는 불교 색체에 대한 호기심이 이는 장면들도 있지만 살짝 지루한 면도 없잖아 있었다. 대장경 운반 행렬에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에 의해 공격을 받게 되면서 빠른 전개가 흥미롭게 이어지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들의 운명은 어쩔 수 없이 장기판의 졸에 해당하기에 비극으로 끝이 난다. 안타까운 사랑과 연모의 마음, 남자끼리 느끼는 동질감 등은 서로가 다른 길을 걷고 있기에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시대 상황은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 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분명 아름답고 매혹적인 책임에는 틀림없다. 다소 밋밋하고 뻔한 이야기 전개가 어느정도 예상되는 면이 있다는게 조금 아쉬울 뿐이다. 역사 픽션을 주로 쓴 허수정 작가의 다른 작품들은 어떤 느낌일지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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