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없는 그 자리
이혜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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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한다.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호응하지만 막상 진실은 그와 반대일때 황당함을 넘어 이런 반전이 숨어 있었나 싶어 함부로 쉽게 판단을 하거나 호응할 일이 아니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너 없는 그 자리'는 조금은 우울하고 어두운 느낌의 내용들이다.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어느 한 것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는 깊이가 느껴지는 책 임에는 틀림이 없다.

 

'너 없는 그 자리'는 한 여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일상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는 아프리카로 떠난 남자를 그리워하며 하루라도 빨리 남자와 함께 있고 싶어하는 마음을 절절히 느끼게 해주는데 서울 한 복판에서 우연히 아프리카로 떠난 남자를 보게 되고 이후 남자가 들려주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반전의 묘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감히 핀 꽃'에서는 같은 여자로서 아내을 접고 어머니로만 살아야 했던 여인에 대한 안쓰러움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화자는 자신의 여동생에게 전화를 통해서 병을 얻어 죽을 곳을 찾아 들어 온 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 놓는 언니의 수다로 시작한다. 그녀는 허우대 멀쩡한 시아버지란 존재로 얻었던 결혼 초 충격과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자 평소에 연락도 하지 않던 아내에게 들어오며 그런 남편을 미우면서도 자신을 찾아온 것에 은연중 안심하는 시어머니의 태도에 놀라면서도 이해되는 마음... 더군다나 늙으막히 자신을 간호하는 아내를 생각해서 들인 단정한 간병인의 모습에 가족 모두 마음을 열어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낄새도 잠시 이윽고 밝혀지는 간병인의 본모습과 이를 보면서 서로의 다른 입장에서 바라보면 어느 누구도 탓하기 힘든 마음에 흔들리는 언니의 고백은 같은 여자로서 충분히 공감이 갔다.

 

인터넷이란 특수한 공간 속에서 이루어진 사람에 대한 호의.... 진정 순수한 마음으로 다가섰던 사람과 이를 이용하는 못된 남자의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활발하게 다채로운 카페들이 운영되는 현실에서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면이 있었다. 남자에게 아낌없는 마음과 금전적 도움을 주웠던 여자의 주도면밀한 보복은 한편으론 속 시원했다.

 

이 책에서 가장 안쓰럽고 마음 아프게 읽었던 소설은 '꿈길 밖에 없어'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부탁을 충실히 지키고 싶었던 맏형의 모습이 마치 오래전에 많이 보아왔던 드라마나 영화 속 인물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동생들의 사고를 수습하기에 바쁜 인생...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계획한 일이 해외여행이다.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상태가 좋아질수록 자신이 결코 이겨낼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가 가까이 다가오면서 마지막에 내몰린 남자의 선택이 안타까웠다.

 

쓸쓸함이 드는 이야기는 공감하면서도 그들이 마주한 현실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느낀다. 하루하루 아무일 없이 지나가는 날들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들임에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저자 이혜경씨의 소설로 전부 이루어진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다. 그녀의 다른 책도 이 책과 같은 느낌인지 궁금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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