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해피 브레드
미시마 유키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한 소녀는 어릴적 동화속 소년 마니를 사랑한다. 그런 소녀는 성장하고 그녀를 바라보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다. 소녀는 성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마음은 마니에게 가 있다. 소녀의 마음이 누구인지 짐작하면서도 그녀를 바라보는 남자의 마음은 멈추어지지 않는다. 

 

음식을 통해서 힐링을 접하는 소설들이 간간히 나왔다. '해피 해피 브레드'는 따뜻하고 진한 커피와 갓 구워 낸 맛있는 빵이 있는 이야기다. 몇 번 마주치지도 않은 상대방의 아픔을 저절로 눈치 챈 남자의 뜻밖의 제안... 분명 황당하고 어이없을 제안이지만 여자는 자신이 하루하루 지쳐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남자와 함께 전혀 낯선 장소에 정착하게 된다. 이런 그들이 터전을 잡고 만든 곳이 '카페 마니'다.

 

'해피 해피 브레드'의 이야기는 총 4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무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삶이 지겹거나 따분할 수 있지만 그런 삶의 소소한 행복을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한 없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별의 구겔호프'의 주인공 사이토는 비정규직 백화점 여직원이다. 능력있고 부자인 남자의 넥타이를 골라주면서 만남을 시작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의 직업을 속이고 자신의 감정까지도 속이려는 사이토... 남자와 둘 만의 멋진 휴가를 계획 했지만 남자의 거부 행동에 순간적으로 계획했던 여행지와 반대의 장소로 무작정 여행지로 선택하고 그곳에서도 자신만의 공간에 숨고자 찾아든 곳이 '카페 마니'다. 이곳의 주인장 내외 리에씨와 미즈시마, 도키오를 통해서 사이토는 자신 안에 쌓아 두었던 거짓을 내려 놓게 된다. 갓 구워 낸 따끈따끈한 빵과 정성과 맛의 깊이를 느끼게 해 주는 커피는 이 세상 그 어떤 음식보다는 사이토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역활을 한 것이다.

 

엄마가 집을 나가버리고 아빠와 살게 된 소녀 미쿠는 부모님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태에서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뿡 떠 있는 상태로 지내게 된다. 여기에 선생님이 내 준 숙제는 미쿠를 더욱 곤란하게 만들기에 학교에 가기도 싫어진다. 이런 미쿠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리에씨의 섬세하고 깊은 마음씨는 결국 어린 미쿠가 아빠의 품에서 이미 했어야 할 울음을 토해내게 만들며 아빠와 화해의 손을 잡게 한다.

 

세번째 이야기는 자신의 목욕탕을 지키고 있는 한 노인의 회상이 담긴 이야기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와의 만남부터 대지진으로 사랑하는 딸을 잃고 뜨거운 물이 담긴 욕탕만 남겨진 목욕탕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노부부는 마음속에 감추어둔 결심을 실행하고자 떠난 여행지에서 '카페 마니'에 묻게 된다. 그곳에서 생전 빵이란 것을 좋아하지 않던 아내가 맛있게 먹는 빵을 통해 다시 남은 생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노인은 카페 마니의 부부 리에씨와 마즈시마씨의 보이지 않는 거리를 눈치 챌 만큼 섬세한 분이시다.

 

마지막은 카페 마니의 부부으로 살아가는 리에씨와 미즈시마씨의 이야기다. 진짜 부부가 아닌 그들이 서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줄 알지만 굳이 들어내어 말하지 않는다. 다 큰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 속 존재가 동화책이라는걸 알고 질투심을 느끼다는 것에 부끄러워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카페 마니'처럼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커피와 빵, 음식이 있는 카페가 내 주변 가까이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 마음이 울쩍하거나 속상할 때 맛있는 커피 한 잔이 마시고 싶을때 찾아가고 싶기 때문이다. 책 속에 나온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픔 상처나 고민을 따뜻하게 위로해 주고 감싸주는 리예씨와 미즈시마의 모습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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