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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프 22
멜라니 기데온 지음, 전행선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열렬히 사랑했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사랑보다는 정이란 감정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역시도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기혼여성이다. 항상 활기넘치고 열정적인 결혼 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기에 과거의 내 열정을 되짚어 보고 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와이프 22'의 주인공 앨리스 버클 역시 그렇다. 일류대학을 나온 엘리트 남편 월리엄의 아내로 살아온지 20년이란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다. 나이 마흔네살.. 얼마남지 않은 마흔다섯살이란 자신에게 있어 남다른 나이에 대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중년여성.... 그녀의 어머니는 마흔다섯 살이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에 앨리스의 머리 속에는 항상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엄마가 존재했는데 막상 마흔다섯 살을 코 앞에 두고 보니 돌아가신 엄마보다 자신이 더 나이가 많아진다는 것에 기분도 이상하고 묘하다.
우연한 기회에 공신력이 있는 회사에서 조사하는 기혼여성의 결혼생활에 대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앨리스는 '와이프 22'란 익명으로 불리우며 그녀를 담당한 '연구원 101'과 이메일을 통해서 조사에 응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남편과의 만남부터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은 소원해진 남편과의 관계는 물론이고 호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아들에 대한 생각, 착실하고 착한 딸이라고만 생각했던 딸은 앨리스의 친구가 알려주기 전에는 결코 알 수 없었던 딸의 황당한 구글계정까지... 앨리스는 남편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지만 마음과 달리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연구원 101과 이메일을 넘어 페이스북까지 하면서 그녀는 점점 더 그에게 자신의 모든것을 털어 놓으며 남다른 애정을 가지게 된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빠져들수록 남편과의 관계는 삐그덕거리고... 남편의 실수로 인해 회사에서 명퇴란 이름으로 쫓겨나게 되자 앞으로 6개월이 지나면 닥쳐올 경제적 어려움도 앨리스를 더욱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자리잡게 된다. 급기야 연구원 101의 만나자는 제의에 앨리스는 설레이는데....
앨리스의 모습이 공감이 가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여자들은 부부간의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앨리스 역시 자신들만의 비밀스런 성에 대한 것까지 들어내기도 한다.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 느끼는 남다른 감정에 대한 죄의식도 잠시... 이윽고 밝혀지는 연구원 101의 진실은 그녀를 화나게 하는데....
'와이프 22'은 해피엔딩으로 끝이난다. 우리내 정서와 달리 동성커플끼리의 결혼식을 통해 서로에게 가졌던 마음을 털어 놓으며 남편, 아내란 입장을 이해하게 되는 그들을 보면서 나의 결혼 생활을 돌아본다. 누구나 완벽한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로의 부족한 면을 받아들이고 채워주려고 노력하면서 부부로 살아간다. 결혼 생활이 어느정도 되고나면 사랑은 저 멀리에 있는 감정쯤으로 치부하기 쉽다. 허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물론이고 가장 중요한 부부간의 사랑과 신뢰에 대한 노력은 결코 시들거나 누추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