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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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달 전에 김애란 작가님을 볼 기회가 있었다. '비행운'을 출간하면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였는데 그 전에 김애란 작가님을 '두근두근 내인생'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어 호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야리야리하고 소곤소곤 섬세함이 느껴지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비행운'은 전체적으로 착 가라앉은 우울한 느낌을 주는 단편소설들이다. 그녀의 단편속 인물들은 상처받기 쉬운 여리고 궁상맞은 캐릭터들이다. '너의 여름은 어떠니'는 대학시절 자신의 부재를 알아봐 주었다는 한마디로 인해서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의미로 다가온 선배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대학시절에 생길법한 이야기를 경쾌하게 풀어내고 있지만 주인공 그녀에게 자꾸만 안쓰러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은 왜인지 그녀가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 때문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유달리 삶의 고단함을 느끼게 했던 이야기는  '하루의 축'이다. 공항에서 화장실 청소를 맡고 있는 50대 여성 기옥의 전반적인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늦으막히 얻은 자식은 어학연수 경비를 마련하고자 절도에 폭행까지 하고서 감옥에 가 있다. 그런 아들이 그녀에게 미안해하거나 죄스럽다는 말도 없이 사식을 넣어 달라는 글만 써서 보낸 편지를 받은 기옥이란 여자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밝혔다. 아들로 인해서 생긴 커다란 탈모의 흔적... 그럼에도 아들에게 사식을 넣어주기 위해서 명절에 펑크를 낸 다른 사람의 일까지 하려는 그녀의 모습은 눈만 돌리면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라 마음에 더 아프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사람에게는 평범하고 당연한 일상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한 없이 힘들고 버거운 일상이기도 하다. '호텔 니약 따'에 나오는 서윤이 그러하다. 그러는 폐지를 줍던 할머니가 사고로 받게 된 돈으로 공부하고 살아가는 대학생이다. 친구 은지와는 단짝으로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는 친구지만 은지가 갑자기 꺼낸 여행이야기에 헤어진 남자친구의 말이 도화선이 되어 마지막까지 안깨려던 돈을 찾아 여행길에 오른다. 여행길에서의 즐거움도 잠시.. 단짝 친구에게 가지고 있던 불만들이 하나둘씩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드디어 터지고 만다. 그럴때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호텔 니약 따'에 묵게 되는데 서윤은 거기서.....

 

특히 호텔 니약 따의 이야기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여행을 가면 흔히 겪게 되는 충돌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 여름 여행지에서 만나 보름넘게 같이 다닌 세자매도 여행 시간이 길어지면서 잦은 충돌로 여행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나역시도 아들과 속이 뒤집히는 경우가 있어도 꾹꾹 참으며 여행을 했던 경험이 있기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단편 소설 속 인물들은 굳이 멀리서 찾지 않아도 될 만큼 그들과 너무나 닮아 있는 우리들을 보게 된다. 김애란 작가님의 작품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다. 개인적으로 단편소설보다는 장편소설을 더 좋아하는 편이지만 '비행운'은 전체적으로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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