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실한 고백
조두진 지음 / 예담 / 2012년 11월
평점 :
시간이 지나면 기억도 왜곡되고 변질되어 기억하게 된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일마저도 진실보다는 기억하고 싶은대로 기억하고 마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기억에 관한 불편을 이야기를 담아낸 책 '진실한 고백' 저자 조두진 작가님은 이미 '북성로의 밤'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비극 속에서 살아야 했던 삼형제의 각기 다른 삶을 그린 작품으로 여인과의 사랑까지 들어 있는 작품으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다. '진실한 고백' 책에 담겨진 6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기억이 갖고 있는 불편하고 유쾌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또 다른 사실들을 보면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억도 과연 제대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꾸만 생각해 보게 된다.
6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각각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국민여동생이란 칭호까지 듣고 있던 걸그룹 소녀가 갑자기 사라지게 된 이야기의 진실을 같은 걸그룹에 속해 있던 가장 친한 동료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실일지 동성애적 묘사는 혹시 동료의 행동은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무엇보다 재밌게 읽었던 이야기 중 하나가 '시인의 탄생' 속 주인공인 장경숙이란 시인의 기억을 바탕으로 한 그녀가 쓴 시 속에 숨겨진 어머니의 죽음과 살인자인 아버지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다. 이름조차 갖지 못한 장경숙의 어린시절 시절과 아버지로 인해 빚대신 팔려가서 제대를 앞 둔 군인에 의해 비로써 이름을 갖게 되고 이름과 함께 한 권의 시집은 그녀의 인생 전체를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그녀의 시는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날리고 그런 그녀의 시에 매료된 형사에 의해 과거의 사건이 재해석 되는 상황이다. 허나 진짜 진실을 알고 있다는 사람의 이야기마저 진실일까? 싶기도하고 장경숙은 자신이 어려 제대로 기억조차 못했던 일들이 시로 나올때는 생생하게 재현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롭고 재밌었다.
책의 제목인 '진실한 고백'은 자신이 순결하다고 믿었던 대상의 얼굴 속에 스친 욕망이라 느낀 감정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짓게 된 한 남자의 고백이다. 남자는 자신이 학창시절 모범생에 반장이였을때 앞에 앉은 고아원 아이에게 장난스런 행동이 유발한 끔찍한 선생님의 체벌이 오래도록 자신을 가두고 있었다고 말한다. 진실을 보지 못했던 선생님의 기분에 좌우된 체벌로 인해 고아원 아이는 심한 구타를 맞게 된 것이 그의 성장기에 커다란 영향을 준 것으로 여겨진다.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말하는 사장이며 친구의 존재마저도 그와 자신을 뒤바꾼 이야기라고 하는데... 현실 속 사실과 다른 모습을 원했던 남자의 마음 속 진심을 담은 이야기이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던 한 소년의 기억속에 남아 있는 선생님이란 존재... 자신을 알아봐주고 이뼈해준다고 느껴졌던 선생님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은 감정과 의도하지 않았지만 입 밖에 나온 거짓 자백으로 인해 자신이 좋아하던 선생님의 눈에서 멀어져 갈 수 밖에 없었던 소년의 멈추어버린 성장의 이야기 '이정희 선생님' 시간이 한참 흘러 돌이켜 생각해도 자신을 매몰차게 외면했던 선생님의 모습을 잊을 수 없는 소년은 결국 자신이 결국 거짓자백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실을 털어 놓고자 선생님을 찾아갔지만 정작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살인을 저지르고만다. 사건의 진실보다는 자신은 여덟살이란 이야기만 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어린시절 있었던 일에 자신도 모르게 집착하고 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살짝 엿보기도 했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하나같이 다 기억이 가지고 있는 오류에 대해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과거에 있던 이야기들을 내가 기억하고 싶은 유리한 방향으로 기억하고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되는 이야기... 내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기억은 정말 맞는 것일까? 싶은 생각도 들며 가끔씩 명절때나 가족 모임때 모이면 옛날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왜 같은 장소에 있었음에도 서로가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는지 아마 서로의 감정과 입장차이로 인해 기억이 본인에게 유리하게 기억되고 마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억에 관한 아프고, 안타까우며 슬픈 그러면서도 어두운 진실과 마주한 재밌는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