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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서사의 영토 1 - 실사와 허구 사이, 한문단편소설
임형택 지음 / 태학사 / 2012년 11월
평점 :
한문 단편은 어떤 내용일까? 조선 왕조 500년 동안 있었던 사건들과 야사를 통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조선 왕조 500년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책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책을 읽다보니 단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생각처럼 쉽지도 않고 잘 모르는 부분이라고 느껴지는 것들에 대해서는 밑에 설명이 붙어 있지만 이마저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기에는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문서사의 영토'는 총 2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저자인 임형택님은 우리나라 최고의 한문학자라고 한다. 20년이란 시간을 들여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단편을 통해서 생생하고 실감나게 느끼도록 저자가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저절로 느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이야기에서는 반가움에 모르던 이야기에 대해선 아~~ 저런 이야기도 있었구나 생각하며 편하게 받아들이며 읽는다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내용들이다.
흥미를 끄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저승을 잠시 다녀 온 '박생 혼유기'의 이야기를 통해 폭군으로 저승에 까지 이름이 닿아 있는 연산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어 그 당시 얼마나 혼란스럽고 문란한 정사가 자행되고 있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다. '구사비 득옥'은 인조의 세째 아들인 인평대군이 관노비인 득옥을 신임하였다. 그녀에게 의복과 각가지 보물을 관리하는 일을 맡겼는데 이런 득옥이가 인평대군의 처남과 관계를 맺게 된다. 남편에게 신임을 받고 있고 자신의 남동생과도 정을 통한 득옥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대군의 부인이 남편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득옥에게 누명을 씌여 때려 죽이게 된다. 득옥이 대군에게 나타나 억울한 죽음을 고하며 그의 아들 둘을 차례로 대려간다. 끝내 대군까지 저 세상으로 데리고 가는데 숙종때 있었던 남인이 정권에서 물러나고 서인이 정권을 잡은 사건을 빗대어 놓은 이야기다.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읽을수록 맛깔나는 이야기들이라 어려운 한자로 인해 조금은 불편을 느껴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우리에게 알려진 이야기도 실재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방대하면서도 다양함에 저절로 감탄하게 된다.
TV드라마는 물론이고 다양한 역사소설이나 책을 통해서 너무나 자주 접하는 조선왕조 500년... 특히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들의 이야기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으며 단편들의 이야기들 뒤에 작품에 대한 설명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당시의 모습과 역사적 사실, 그 당시 존재했던 사람들의 생각이나 풍습까지 어느정도는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느껴졌다.
학교 다닐 때 한문공부를 덜 했던 탓에 한문에 약하다. 한문을 좀 더 알고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 1권에서도 방대하고 놀라웠는데 2권은 어떤 내용에 어떤 즐거움과 놀라움을 선사할지 기대를 해 보게 되며 기회가 되는대로 읽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