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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8월
평점 :
올 여름 미미아줌마의 신작소설이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미미아줌마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나역시도 그녀의 책을 많이 읽었고 좋아한다. 허나 어느새부터인가 미미아줌마의 책이 생각보다 크게 재밌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다. 예전에는 언제 신작이 나올까 기다렸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이 조금 사라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안주'를 책보다는 대학로 공연을 통해서 먼저 만났다. 배우가 읽어주는 소설이란 제목으로 미미여사님의 '안주'를 읽어주는 공연을 보면서 굳이 책을 읽을 필요성을 못 느꼈다가 우연히 도서관에 갔다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빌려와 손에서 놓지 않고 읽었다. 역시 연극도 좋고 영화도 좋지만 책으로서 만나는 재미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주'는 총 4편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에도 간다에 있는 '미시마야'란 장신구와 주머니를 파는 주머니 가게의 주인 이헤에의 조카딸인 꽃다운 나이 19살의 소녀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서 괴담을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규칙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된다. 4편의 이야기와 더불어 마지막에는 오치카의 괴담대회로 인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것에 질투하고 이를 이용하려는 나쁜 무리들의 이야기가 짤막하게 이어진다.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를 들어주는 오치카의 사연 역시 복잡하다. 자신과 긴밀한 관계에 있던 두 남자로 인해 깊은 슬픔과 절망감에 빠져 하루종일 몸을 혹사하는 하녀 일에 매달리는 오치카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지만 미시마야의 주인인 이헤이와 그의 처 오타미의 배려로 인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괴담대회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치카 역시 마음의 치유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이야기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소년으로 인해 물이 없어진다는 이야기에 미시마야를 찾게 된 남자와 소년... 약속을 중요시 여긴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오치카는 현명한 판단과 행동으로 슬기롭게 대처한다. 두번째는 쌍둥이가 불길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낳은 딸을 다른 형제의 호적에 올렸으나 옥이야금이야 키운 딸이 사망하자 남겨진 딸을 두고서 서로의 투기, 질투, 두려움 등과 같은 복잡한 심정에 사랑하는 자식에게 바늘을 꽂는 안타까운 사연으로 인해 오치카 역시 현명의 여성을 만나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는 책의 제목으로 나온 '안주' 공금횡령과 방화범이란 누명을 쓴 남자의 아들의 고민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되는 오치카는 집의 혼령인 '구로스케'의 이야기에 매료되고 결국 모든 진실은 밝혀지지만 이 또한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사연이다. 마지막은 가짜 중이 우연히 살게 된 산 속 깊은 마을 사람들의 규칙과 행동이 가져 온 엄청난 결과.... 괴담대회 이 후 미시마야를 노리는 사람들을 서로가 힘을 합쳐 물리치는 이야기까지.... 결국 요즘 대세인 '힐링'에 관한 이야기가 오치카와 흑백의 방을 통해 잔잔하지만 거부감 없이 편안하게 느껴진 책이다.
안주의 가장 큰 장점은 남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슬기로운 소녀 오치카를 비롯해서 미시마야에서 일하는 소년 신타와 신타가 다니는 습작소 작은 선생과 3명의 귀여운 악동, 가짜 중을 비롯해서 미시야마의 주인내외, 미시야마에 있게 된 오카쓰 등등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미시마야 오치카의 괴담대회는 계속해서 이어질거란 느낌을 받는데 미미여사가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들고 괴담대회를 이끌어 낼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하지만 진실은 결국 이야기하고 쏟아내야 진정한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미미여사가 들려주는 따뜻한 이야기 '안주' 재밌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