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ㅣ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세련된 외모와 말솜씨, 행동거리를 이용해서 유명한 보석상 천운당에 들어가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에게 청산가리가 든 가짜 음료를 마시게 하며 유유히 얼마 안되는 보석을 들고 도망친 남자가 있었다. 그의 행동으로 열 명이나 죽고 세 명도 겨우 목숨만을 부지한 상태다. 이 사건은 연일 세간의 화제로 용의자에 대한 몽타주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범인을 잡지는 못한 미해결 사건으로 끝난다.

어느날 미인이라고 평하기 힘든 아가씨 미네코가 자신을 찾아온다. 그녀는 유서 깊은 츠바키 가의 외동딸로서 자신의 어머니가 얼마 전에 죽은 아버지 츠바키 자작의 죽음을 믿지 못하며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는데다 그녀 역시 아버지가 써 놓은 유서를 발견하면서 아버지의 죽음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보석상 사건의 용의자로 주목받은 아버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긴다이치 코스케는 자신을 찾아 온 미네코의 의뢰를 받고 츠바키 가를 방문해서 조사를 하던 중 불안함을 느낀 미네코의 어머니가 점을 이용해서 남편 츠바키 자작의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 점을 치는 의식을 거행하던 중 나타난 악마의 문장과 함께 죽은 츠바키 자작이 만들었다는 플루트 연주곡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란 곡이 들려오자 사람들은 경악하고마는데....

사건의 진실 속으로 다가갈수록 더욱 의문점만이 커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긴다이치 코스케... 그는 사건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보석상 사건이 발생 할 당시 츠바키 자작의 행적을 쫓아간다. 허나 죽음을 맞은 츠바키 자작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나타나고 혹시 츠바키 자작이 정말 살아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들게하는데....

유약하지만 섬세하고 정직했던 남편을 기만한 아내, 인간이기를 포기한 아내의 손위 처남,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덮어버린 그들의 아버지...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이 뿌린 씨로 인해 시작된다. 한 사람의 삐틀어진 욕망이 불러 일으킨 악행이 결국에는 씻지 못할 상처가 되고 그로인해 정작 고통을 받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어수룩하고 조금은 누추해 보이는 외모에 모자를 눌러 쓴 남자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 명석한 두뇌와 사건 추리능력을 토대로 이번에도 멋지게 사건을 해결한다. 그의 존재는 이미 '여왕벌'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요코미즈 세이시의 책을 여왕벌을 빼고 이번이 두 번째인데 처음 읽었을때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으며 세련되지 못했지만 인간적이고 명석한 두뇌의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란 인물의 매력에 빠졌다. 그의 다른 활약이 이어지는 다른 책도 빨리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