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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케이지 ㅣ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 2
혼다 테쓰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장르 중 하나가 추리소설이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일본 작가의 책을 많이 읽기도 했으며 좋아하는 작가도 많다. 허나 '소울 케이지'의 저자 혼다 테쓰야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다.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지만 히메카와 레이코 형사 시리즈로서 '스트로베리 나이트'에 이어 '소울 케이지'가 두번째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토리는 강 둑 위에 방치된 박스형 경승용차 안에서 남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손목이 발견이 된다. 혈액형으로 판명된 손목의 주인은 다카오카 켄이치란 남자의 것으로 그는 개인회사를 운영하며 목재공사의 도급을 맡아 일을 하는 사람이다. 다카오카 켄이치의 죽음을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그가 운영하는 회사에서 소속되어 있는 직원으로 스무 살의 미시마 코스케다. 사실 미시마 코스케는 자신을 방치하다시피 한 아버지가 죽자 그를 안쓰럽게 여긴 다카오카와 인연을 맺게 되고 다카오카의 권유로 같이 그의 사무실에 근무하게 된 인물이다.
사건의 심각성과 개성이 강한 사건 책임자들로 인해서 두 개의 팀으로 나누어서 사건의 진실 속으로 접근해 나간다. 우리의 주인공 히메카와 레이코는 형사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냉철한 느낌의 쿠사카 팀이 자꾸만 신경이 쓰이지만 자신이 데리고 있는 부하들과 함께 탐방수사에 전력하는데....
사실 긴장감 넘치거나 빠른 전개가 이어지는 스토리는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 속 이야기가 더 공감이 되고 진실되게 다가온다. 자신이 가던 길 바로 앞에 걸어가는 여자가 낯선 남자에게 당하는 강간에 모른체 한 것이 내내 마음속에서 털어낼 수 없었던 남자는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찰이 되기로 하고 자신이 본 피해자와 같은 이름을 가진 레이코 경위에게 끌리는 마음을 갖게 되며 그녀에게는 자꾸만 마음이 약해지는 면이 있는 남자, 자신이 당했던 강간보다 자신과 함께 있던 동료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여자, 여기에 냉철하고 자칫 이기적인 인물이라고 느껴졌던 남자 역시도 냉철해지고 확실한 사실에 입각한 진실만 추구하게 된 이유나 그도 역시 한사람의 남편이고 아빠라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무엇보다 피해자?인 다카오카 켄이치란 인물에 마음이 아팠다. 자신으로 인해 아내는 죽고 아들은 아직도 깨어나지 않은 식물인간으로 살아간다. 여기에 자신의 아들에 대한 애틋한 부정이 미시마 코스케에게 이어져 그를 자식처럼 아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켜본다. 허나 항상 이런 착한 사람들 주변에는 결국 인간쓰레기 같은 인물이 존재한다.
빠른 전개나 긴장감, 범인에 대한 궁금증이 별로 일지 않아도 책은 읽을수록 빠져든다. 아버지로서 딸의 아픔과 슬픔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자책감과 죽이고 싶을 정도로 사람을 증오하게 만드는 심정, 지켜줄 수 없는 아들이기에 더욱 애틋하고 보고 싶어도 참으며 다른 아들을 사랑하는 부정, 남자와 여자, 여자와 남자란 이유로 서로의 아픔을 알고 끌리고 위해주고 싶은 마음과 사랑에 대한 확신도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무엇보다 자신의 손목을 끊어내면서까지 피해자이면서 가해자였던 남자가 지키고 싶었던 마음이 아프게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범인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그런 마음보다 앞서야 할 부모란 존재에 대한 쿠사카 형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혼다 테쓰야의 책은 처음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