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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별장지기
이도우 지음 / 현대문화센터 / 2003년 7월
평점 :
품절
어디선가 듣거나 본듯한 이야기라도 어떤 식으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책을 읽는 독자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 이도우 작가님의 책을 두 권이나 읽었다. 처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을 읽으면서 이도우 작가님이 내가 좋아하는 느낌의 책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잠옷을 읽으렴'에서는 처음에 집중하기 곤란했던 것도 잠시 스토리에 빠져 들수록 어린시절의 향수 비슷한 감정을 자극하면서도 섬세한 글이 마음에 들었었다. '사랑의 별장지기'는 두 권의 책을 읽고난 후 내심 기대를 많이 가지고 있던 책으로 솔직히 책 장도 잘 넘어가고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너무나 뻔한 스토리라고 치부하면서도 로맨스소설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은 다양하다. 부유하고 능력 있으며 잘 생기고 멋진 남자가 다른 여자들에게는 차갑고 냉정하게 굴면서 조금은 부족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여자주인공에게는 지고지순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신데렐라 스토리... 남자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여자인 나도 이런 스토리가 식상하다고 말하면서도 저절로 빠져 들게 된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서 별장을 지키고 있는 다인은 같은 학교에 다니는 별장 주인의 아들 상헌이 친구들과 놀러온다. 180cm가 넘는 키에 허우대 멀쩡하고 잘 생긴 상헌을 보며 다인은 아버지의 재혼 상대인 그녀의 은사였던 미술선생님으로 상헌을 낳은 친엄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래전부터 상헌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이제는 아버지의 재혼으로 그와 남매 아닌 남매로 맺어져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 다인이지만 상헌의 건방지고 무례한 행동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쓸쓸하고 우수에 깃든 모습에 마음이 흔들린다.
상헌 역시 자신에게 목을 메고 있는 잘 나가는 모델 유진에게 냉담하게 대하지만 우연히 친구들과 놀러 간 별장에서 마주친 똑부러지고 야무지며 당찬 모습의 다인이 자꾸만 눈에 밟히기 시작한다. 어느 소설에서처럼 상헌은 아무것도 모르고 다인에게 끌리지만 다인은 처음부터 다 알고 있으면서도 상헌에게 끌린다.
상헌, 다인이 서로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가득찰 때 어쩔 수 없이 다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와 재혼을 하는지 밝혀야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다인에 의해 이 사실을 알게되지만 다인에 대한 사랑을 멈출 수 없는 상헌... 결국 배다른 상헌의 누이로 인해 어른들의 결혼은 무산되고 젊은 청춘들이 맺어진다는 뻔히 보이는 결말로 마무리가 지어진다. 허나 책을 읽으면서 결말이 어느정도 예상되어도 재밌게 읽었다.
상처를 안은 어른들의 사랑의 모습 역시 너무나 익숙한 레파토리지만 이 또한 그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쓰여 있어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힘에 보탬이 된다. 드라마 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이 실제로 우리 주위에 존재한다고 한다. '사랑의 별장지기'에 나온 이야기처럼 한번쯤 어디서 본 이야기라고 생각되어 있는 이야기도 실제로 존재 할확률이 있다니 그래서 더 이런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처음에 말했듯이 책 장도 술술 잘 넘어가고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만큼 재밌게 읽은 책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목록에 추가된 이도우 작가님... 이 분의 신간은 언제쯤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고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