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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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닌 몸으로 기억하는 사랑... 온몸 구석구석에 타투처럼 새겨진 사랑의 기억 때문에 사는 것이 괴로운 여자... 그녀는 자신이 사랑한 두 사람으로 인해서 10년이란 시간이 지난 오늘 밤 역시 외롭고 아프며 슬프다. '물의 연인들'의 저자 김선우씨는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을 해서 그런가 '물의 연인들'이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적 감수성이 상당히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랑했던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던 꿈 많은 소녀는 하루 아침에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소녀의 실수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이 알까봐 창피해 소녀의 부모는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두 남자 중 한명에게 그녀를 주다시피 한다. 소녀는 자신 안에 자라는 하나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 앞에 놓여진 운명을 받아 들이기도 결심하는데....

 

자신의 것이라고 소유욕 밖에 표현할 줄 몰랐던 남자는 한 여자에게 지독한 육체적 고통을 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들어낸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딸 유경은 커다란 심적 고통을 느끼지만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체념하다시피 살아가다 간신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된다. 모녀가 느낀 잠깐의 행복 뒤에 그들 앞에 나타난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폭행 앞에 무방비 상태로 놓인 엄마지만 딸을 지키고자 한 마음에 그만 남편을 살해하고 만다. 허나 법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어이없는 이유 때문에 옥살이를 해야하는 엄마를 기다리는 유경은 엄마가 돌아오면 다시 행복한 날들이 이어질거라 믿었지만 출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엄마는 볼펜을 잘라 그만...

 

유경은 엄마를 와이강에 뿌리고 엄마가 그토록 가고 싶어 했던 북유럽 위그드라실가 있는 스톡홀름으로 무작정 떠난다. 그곳에서 첫 눈에 사랑을 예감 한 남자 연우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라면 새로운 내일을 꿈꾸어도 좋을거라고 느끼며 엄마를 뿌린 와이강에 함께 찾아 간다. 입양아 연우가 발견된 곳도 와이강이다. 연우 역시 와이강을 보며 자신의 방황의 끝이 여기라고 느끼며 유경과 새로운 생활을 꿈꾸며 스톡홀름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떠났다가 그만....

 

책 속의 인물들은 전부 와이강과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유경, 연우는 물론이고 두 사람이 10년 전 처음 와이강을 찾았을 때 만난 와이강에서 발견된 어린 소년 해울과 유경 엄마가 남편을 피해 고향을 찾으면 들렸던 당골네의 손녀 딸 수린, 무위암 할머니... 특히 수린은 개발이란 명목으로 와이강에 댐 공사가 진행되자 갑자기 아파오기 시작한다. 자신의 몸이 진물과 허물어지는 것을 보면서 슬퍼할새도 없이 오빠 해울을 걱정하는데...

 

등장인물이 하나같이 다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 읽는내내 불편했고 특히 유경의 어머니 한지숙 이야기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들에게 젖줄과도 같은 와이강이 발전이란 명목하에 파헤쳐지고 멍들어가는 모습은 자연스럽게 국가사업이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4대강 사업이 연상되기도 했다. 

 

섬세하고 시적인 묘사가 돋보이지만 생각보다 농도 짙은 정사신 또한 대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현실감이 다소 떨어지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처음에 조금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스토리에 빠져들수록 사랑이란 감정에 대한 감각적인 표현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다. 김선우 작가님의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도 여러편의 시집과 소설, 산문점, 여행에세이까지 발표하셨다니 기회가 되면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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