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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군의 맛
명지현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교군의 맛'은 어떤 맛일까? 한마디로 지독한 죽음의 맛이라고 한다. 죽음을 느끼게 하는 고통이 수반되는 맛으로 인해 사람들은 중독되고 자꾸만 먹고 싶어 다시 교군을 찾을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맛... 사람들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맛이 있다. TV이를 통해서 다양한 맛에 중독되어 다른 사람은 혐오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아도 자신은 꿋꿋하게 그 맛을 고수하는 사람들도 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짜거나 달거나 아님 맵고, 신맛에 중독되어 있다. 나역시도 다른 것은 다 싫지만 매운 맛에는 중독되어 있어 가끔씩 청량고추로 거의 도배하다시피한 계란부침을 해서 먹으며 매운맛이 주는 고통에 희열아닌 희열을 느끼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교군의 맛은 백문이 불여일식不如一食이란 표현을 했을 정도이니 나도 그 맛이 궁금해 책을 읽어내려갔다.
교군의 맛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교군의 버팀목이자 디딤돌이며 사령관이며 김이가 서태후라고 불리우는 주인마님ㄹ은 이덕은 여사다. 그녀가 자기 배 아파 낳지도 않은 딸 배미란의 딸이자 손녀인 김이에게 독설과 남다른 애정을 보인다. 끔찍이도 아끼는 김이를 향한 그녀의 사랑은 알고보면 입방정이 불러온 불행과 선의로 한 행동이지만 보통사람은 엄두도 내기 힘든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가진 아픈 진실이 밝혀지는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다.
이덕은 여사의 딸 배미란은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뜻을 버리고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소녀였다. 노래 실력보다는 타고난 용모로 인해서 험난한 짧은 인생을 살아야 했던 비운의 여자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순간부터 익숙하게 되어 버린 일반인들의 눈에는 타락해 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지만 모든 것을 잃게 되었을때 순수하게 자신을 좋아해주고 아껴주는 남자에게 마음을 열고 그와의 달콤한 결혼생활을 꿈꾸었던 여자다. 허나 인생이 생각처럼 굴러가는 것이 아니듯 그녀에게 매운맛을 보여주려는 높으신 양반의 마나님의 심부름을 하는 남자로 인해서 굴곡 많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배미란의 딸이자 의문의 남자 두명의 성씨를 딴 딸 손김이... 그녀는 남들보다 과한 불의에 대한 신고정신으로 인해 스스로 직장을 나오며 독설을 일삼는 할머니가 계시는 교군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자신이 예전에 마음을 두었던 남자 가지가 아직도 있다는 것에 놀라지만 그의 모습을 보며 그녀는 기분이 좋아진다.
하숙집에서 고급 요리집 이제는 회원제 게스트하우스라고 불리우는 교군..여전히 이덕은 여사를 빼고는 아무도 모른 교군의 맛에 길들여지고 그 맛에 중독된 사람들은 끊임없이 교군을 들락거린다. 손님들 중에는 엄마 배미란의 노래를 알아듣는 나이지긋한 남자가 있고 그의 존재는 곧 이덕은 여사에 의해서 들어나게 되는데...
특히 책의 중간중간 작은 소제목의 시작부분 앞에 '이딴 얘기 받아 적어서 뭐하려고' '교군 이덕은 여사 채록본'이란 이름으로 쓰여있는 글도 인상적이다. 배미란의 죽음과 교군을 이끌고 있는 이덕은 여사, 손김이의 이야기까지 맛깔스러우면서 매운맛이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이 맛의 풍미만큼 풍성하게 쓰여진 책이라 생각한다. 교군의 맛... 죽을만큼 고통을 주면서도 잊지 못할 맛인 이 맛을 나역시도 맛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