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고요한 노을이…
보리스 바실리예프 지음, 김준수 옮김 / 마마미소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러시아 대문호들의 고전은 읽어 보았지만 현대에 쓰여진 작품들은 거의 만날 기회조차 없었다.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은 현대 러시아 전쟁문학의 거장 보리스 바실리예프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서정적이면서 비극적인 전쟁을 소재한 이야기 속에 주인공들은 다름아닌 한 명의 특무상사 바스꼬프와 다섯 명의 아름답고 어린 아가씨들이다.

 

전쟁이란게 어쩔 수 없이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인데 그속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남성들보다는 어린이들과 여자들이라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허나 '여기에 고요한 노을이..'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다섯 명의 여성들은 전쟁의 한복판 안에 생과사의 갈림길에서 독일군과 피할 수 없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되고 꽃다운 생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그만 죽음으로 생을 마감하고 마는 안타까운 이야기다.

 

다섯 명의 여성 군인들은 각기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이다. 다섯 명의 여성들을 이끌고 있는 특무상사 바스꼬프는 처음에는 조금은 상스러운 말과 생각으로 생각되는 사람이였지만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그가 가지고 있는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속 깊은 진짜 남자란걸 알게 된다.

 

훈장까지 받았지만 자진해서 군에서 더 근무하기를 희망했던 특무상사 바스꼬프...페드뜨 예브그라피치는 이혼남으로 어린 자식을 어머니에게 맡겼다가 잃게 된다. 그와 비슷한 상황을 가지고 있는 여군 하사 리따 오샤니나.. 그녀는 사랑하는 군인이였던 남편이 독일군에게 죽음을 맞게 되자 복수를 결심한다. 그녀는 죽은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군에 온 여자다. 리따는 다른 사람들에게 말 없이 장소를 이탈해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던 중에 우연히 독일군을 보게 되고 특무상사 바스꼬프에게 적이 나타났음을 알린다. 바스꼬프는 리따를 비롯해서 항상 일등을 놓치지 않으며 똑똑하고 아름다운 처녀로 통역을 맡고 있는 소냐 구르비치, 고아원에서 자랐지만 엄마가 약사라며 거짓말을 일삼으며 자신을 세뇌시켰던 갈랴 체뜨베르따끄, 아름다운 속 옷을 항상 챙겨 가지고 다닐 정도로 마음이 여린 처녀 젠까 or 제네츠까 일명 제냐 꼬멜꼬바, 통통한 몸매의 소유자 리자 브리츠끼나까지 다섯 명과 함께 독일군 공수부대원들을 염탐하러 찾아나선다.

 

전쟁이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병사들과 장교들에게도 힘든데 전쟁 경험이 전혀 없고 힘에서도 많이 딸리는 여성들이 전쟁의 중심에서 자신의 역활을 다하리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독일군 공수부대원들을 속이기 위해 나름의 머리를 쓰는 바스꼬프와 다섯 명의 여성들... 목수로 위장해서 독일군이 자신들을 스쳐 지나가기를 바라거나 강물에 미역을 감으며 소란스런 이야기를 나누는 등... 한쪽에서는 독일군의 총부리가 그들을 향하고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천진난만한 모습에 빠져들기도 했다.

 

독일군에 의해서 차례차례 죽음을 맞이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누구보다 마음이 아픈 특무상사 바스꼬프... 총에 맞은 리따는 자신의 목숨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친정엄마에게 맡겨 둔 아들을 특무상사 바스꼬프에게 부탁하며 자기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다.

 

스토리가 주는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왜 이리 이름이 힘든지... 한 사람이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이 아니라 서너개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경우도 있어 헷갈리고 누가 누구인지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하기도 했다. 전쟁속에 있는 사람들은 죽음을 접할수록 무덤덤해지나보다. 독일군 공수부대원들이 어린 여성들의 죽음을 아무런 감정없이 바라보고 실행하는 모습에 섬뜩한 느낌도 받았다.

 

전쟁이란 참혹한 현장에서 20대 안팎의 젊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밝고 순수한 모습이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서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 더더욱 전쟁의 참혹함이 대조적으로 나타났다고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에 바스꼬프가 다섯 명의 잃어버린 여성들에 죽음에 책임과 아픔을 느껴 독일군 공수부대원들이 있는 곳을 찾아내어 그들을 잡았을때 그는 울부짖듯 말하는 부분에서 마음이 찡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제대로 전투다운 전투 한번 못해보고 죽음을 맞이 한 다섯 명의 안타까운 죽음이 자꾸만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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