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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등급 그녀
진소라 지음 / 예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물질이 모든 것에 우선시 되는 시대가 되다보니 사랑으로 맺어야 할 결혼도 상업적으로 변질되어 자신이 손해보지 않는 짝과의 결합을 당연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또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 결혼을 하고 있다. 내가 만약 20대이고 나를 결혼 정보 업체에 내 놓는다면 과연 어떤 등급을 받을까? 싶은 생각을 아주 잠시 잠깐 해 보았는데 'D등급 그녀'의 주인공 고우신이 받은 D급도 안되는 등급이 매겨질거란 생각이 살짝 들어 씁쓸한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난 결혼 한 사람이고 등급과는 상관없는 나의 현재의 모습에 만족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은 착하게만 살면 너무나 힘든 세상이라고 다들 말한다. 착한 사람이 대접 받는 세상이 아니고 약고 깨 많은 사람들이 더 출세하고 인정 받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D등급 그녀' 주인공 고우신은 결코 똑똑한 여자라고 할 수 없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심성을 버리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의지가 강하고 현명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D등급 그녀'의 고우신이 했던 행동들은 식상한 드라마에서 많이 보아왔던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다. 다른 가족들은 나몰라 하는 아픈 아버지를 수발하고 그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한 첫 걸음인 대학을 포기하고 고시 공부에 매달리는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이지만 결국 그 남자친구가 고시 합격과 더불어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하면서 버리게 되는 조금은 식상하고 익숙한 소재의 이야기지만 그런 주인공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이끌고 가느냐에 따라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로 탈바꿈 할 수 있는지 'D등급 그녀'를 읽으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
고우신은 우선 캔디 같은 분위기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여자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정말 미치도록 재밌게 본 만화영화 캔디의 캐릭터를 빼 닮은 고우신... 그녀는 남자친구의 배신에도 너무나 쿨한 모습을 보이지만 내면 깊은 속에서는 상처 받고 아파한다. 그런 그녀를 우연히 알게 된 고우신의 엄마가 다니는 결혼정보업체 사장이자 고우신의 남자친구의 아는 형이였던 승완... 그 역시 아버지란 존재에게 인정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외로운 사람이지만 결국 우신을 만나면서 진짜 살아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삶이 주는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이 알고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은밀한 진실까지도 인정하고 마음이 행복한 삶을 선택한다.
아픈 남편을 나몰라 했던 엄마, 언니와 여동생, 여기에 아버지의 죽음 전에 임신한 배다른 어린 남동생과의 이야기... 내가 만약 우신이라면 이런 상황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해보고 우신이 보여주는 행동들이 이해도 가고 충분히 공감도 되었다.
싸우면서 정든다는 말도 있고 만날수록 좋아진다는 말도 있듯이 승완과 우신은 각기 다른 이유로 만남이 잦아질수록 서로에게 끌린다. 악감정으로 시작한 우신이지만 승완이 가지고 있는 모습에 좋아하는 감정이 싹을 틔우고 승완 역시 아는 동생의 여자친구인 그녀를 보면서 자신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순수한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우신에 대한 사랑이 조금씩 자라난다.
남자의 신분에 따라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로 급부상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탁소에서 일하는 당당한 젊은 아가씨의 투철한 직업 정신을 보여주는 우신의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번졌으며 그녀의 하고 싶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에 대한 꿈 역시 활짝 날개를 펼칠 수 있을 바라는 마음이다.
경쾌하면서도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D등급 그녀' 조금은 타이트하고 팍팍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만나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