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저
나카 칸스케 지음, 양윤옥 옮김 / 작은씨앗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불리우는 '은수저' 이 책을 왜 그렇게 불리우는지 읽을수록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사실 이 책에 대한 이야기는 얼마전에 3년내내 '은수저' 이 책을 가지고 수업한 하시모토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3년이면 결코 짧은 않은 시간인데 한 권의 소설을 3년이란 시간동안 가르칠 정도면 얼마나 문학적 깊이와 완성도가 높은 작품일지 많이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고 그런만큼 '은수저'를 만나 단숨에 읽어내려 갔다.

 

은수저는 사실 우리나라 황순원 작가님의 소나기, 영화로도 만들어져 인기를 얻었던 집으로와 다르면서도 많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에게나 어린 시절 아련한 기억으로 떠오르는 잊지 못할 추억 한 두가지는 있을거라 생각한다. 은수저를 읽으면서 내내 지금처럼 계발이 안 된 뒷동산이나 들판을 뛰어 놀던 어린 시절이 자꾸만 떠올랐다.

 

'은수저'는 청일전쟁 전인 전반부와 청일전쟁이 시작한 후반부로 나누어져 하나의 커다란 기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 주인공 간스케는 책상 서랍 안에 오래 전에 어머니에게 받은 은수저가 들어 있다고 말하며 은수저를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으로 스토리 이끌어 가고 있다.

 

어머니가 간스케를 낳을 때 지독한 난산으로 인해 어렵사리 세상에 나왔다. 그런 간스케를 돌보고 키우다시피 한 사람은 이모다. 이모부의 죽음으로 함께 살고 있는 이모는 간스케가 태어나면서부터 돌보기 시작했다. 은수저는 종기로 인해 약을 먹어야하는 신생아 칸스케에게 이모가 약을 떠 먹여 주면서 처음으로 만났던 물건이다.

 

입도 짧고 태어날때부터 약했던 간스케를 가족들은 금이야옥이야 하면서 키운다. 또래아이와 어울릴 기회가 적었던 간스케가 이모에 의해 처음으로 알게 된 친구나 어예쁜 얼굴의 풋사랑 소녀와의 만남과 이별, 집과는 다른 학교란 세상을 처음으로 접했던 경험들이 아기자기하면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무엇보다 간스케는 자신이 최고라고 알고 있었지만 나중에 선생님이 그를 뒤떨어진 아이로 생각하고 묵인했던 행동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는 살짝 웃음도 났고 남보다 처지는 공부를 만회하기 위해 자신의 의지와 식구들의 도움으로 공부에 매달리고 결국에는 자신이 속한 반에서 공부를 제일 잘 하는 어린이가 되기까지 등등.. 소소하면서 잔잔하게 물 흐르듯 전개되는 스토리가 저절로 머리속으로 영화처럼 연상이 되기도 했다.

 

자신과 맞았던 선생님이 청일전쟁으로 군대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선생님과의 만남으로 후반부가 시작한다. 전 선생님과 달리 새로 오신 선생님과는 맞지 않았던 간스케, 형과의 낚시 이야기, 헤어졌던 이모와의 마지막 만남, 연상이지만 가슴을 설레게 했던 여자와의 짧은 만남...

 

은수저는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를 경험이나 성격을 닮아낸 자전적 소설이라고 한다. 우리는 어린시절을 회상할 때 어른의 시각으로 어린시절을 돌아본다고 한다. 허나 간스케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그 시절을 돌아보는 섬세한 눈을 통해 때묻지 않은 어린시절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으며 이 책이 왜 이리 호평을 받고 대를 이어 물러줄 명작이라고 불리우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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