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잔해를 줍다
제스민 워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참으로 많은 수식어가 붙은 책 '바람의 잔해를 줍다' 전미 도서상 수상에 2011년 미국 최고의 소설부문 1위에 선정 되었으며 무엇보다 한창 대선 경쟁에 바쁜 와중에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읽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세간의 화제를 불러 일으킨 소설이라 기대를 많이 하고 읽기 시작했다.

 

'바람의 잔해를 줍다'는 십이일 동안 일어난 일 들을 열 다섯 어린 소녀 에쉬의 이야기를 통해서 안타까운 흑인 가정의 현실을 들여다 보게 한다. 에쉬가 거주하는 미시시피 연안의 가난한 마을 부아 소바주... 이 곳에서 에쉬는 아빠와 랜들, 스키타 오빠들과 남동생 주니어와 함께 살아간다. 가족들 모두 가난이란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에쉬의 바로 위 오빠 스키타는 유달리 강아지 차이나에게 목을 매고 있다.

 

에쉬는 오빠들 틈바구니에서 자연스럽게 오빠 친구들과 어울리며 성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눈이 떠 있다. 에쉬가 여러 남자들과 어울렸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매니 오빠와 관계를 가지고 나서는 모든 남자들과의 관계를 멀리한다. 이런 에쉬의 몸에 새생명이 싹트고 있어 에쉬는 당연히 아이 아빠를 매니 오빠라고 단정하고 있지만 정작 매니는 에쉬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이야기에 불쾌감을 들어낸다.

 

해마다 불어 닥치는 허리케인을 위해 집을 수리하던 와중에 그만 아버지가 손을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만다. 바로 곁에서 아버지의 사고를 목격한 남동생 주니어는 엄마를 생각하며 자신이 하나쯤 엄마의 유품을 갖고 싶다는 생각에 그만 아버지의 잘려 나간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차지하는데...

 

스토리는 에쉬의 일상적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로 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죽은 엄마에 대한 회상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아내를 잃고 술에 빠져 힘들어 하는 아버지나 집 안에 강아지를 수시로 들이는 스키타 오빠, 농구에 매달리는 랜들 오빠, 여기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관심을 받기 원하는 막내 주니어까지... 에쉬 역시 아직은 어린 소녀지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숨기며 모든 것이 잘 해결 될거란 막연히 희망을 가지고 있다.

 

방송을 통해 허리케인의 등장을 알려주지만 에쉬네 가족은 모두 집 안에 숨어 허리케인이 무사히 지나가기만을 바란다. 허나 생각보다 큰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에쉬 가족들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겨주게 된다. 카트리나가 스키타 오빠의 강아지 차이나를 데려가고 에쉬의 임신은 가족들 모두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나마 이 책에서 가장 따뜻하게 느껴졌던 부분은 에쉬의 임신 소식에 자신은 해줄게 없다며 부정하는 매니 오빠와 달리 에쉬의 뱃 속 아이는 모두의 아이라며 손을 내밀어 주는 빅 헨리 오빠의 모습이였다.

 

엄마의 부재와 가난한 흑인 가정의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하다. 좀 떨어진 부자마을에 살고 있는 백인의 집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여전히 어려운 흑인들의 삶의 모습과 비교가 된다. 모든 것을 휩쓸고 간 허리케인이지만 그래도 살아 있다는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느끼게 된다.

 

빠르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는 아니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에쉬의 처지가 이해되고 그녀의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덤덤하고 잔잔하게 끌고 가는 스토리는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끔은 삶이 지겨울 때가 있는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내 삶의 소중함과 희망을 다시한번 발견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느끼게 된다. 에쉬네 가족은 가난한 흑인 가정이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어느 가정과 다를바 없으며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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