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님, 나의 주인님 - 총천연색 이야기의 아릿한 맛
전아리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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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내면에 감추어진 가학적인 폭력성과 선과 악의 모호한 양면성에 대한 신랄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 '주인님, 나의 주인님' 저자 전아리씨를 알게 된 것은 영화와 연극으로 나와 유명한 '김종욱 찾기'지만 영화만 보고 책을 안 읽은 탓에 실질적으로 저자의 책을 처음 접한 작품은 '앤'을 통해서다. 그 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앤보다 한층 더 음침하고 어두우며 누와르 냄새가 강하게 풍기는 '주인님, 나의 주인님'은 읽는내내 불편하고 왠지 나의 숨겨둔 비밀을 들킨 것 같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다. 

 

8편의 단편들은 다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불편하지 않은 작품이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나의 신경을 건드리며 불편하게 느껴졌던 작품은 '오늘의 반성문'이다. 폭력성이 남무하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나중에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게 된다는데... 주인공인 정필은 5살이란 어린 나이에 야쿠르트를 거꾸로 먹었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에게 따귀를 맞는다. 이 후로 아버지는 시시때때로 별다른 이유없이 정필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이런 동생을 감싸기 보다 아버지가 왜 정필을 때리는지 알게 되었다는 누나의 말이 가슴아프게 다가왔다. 정필은 집에서 뿐만아니라 학교 생활에서도 무방비 상태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다. 단지 매를 부르는 얼굴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를 들어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는 우리가 말하는 소위 좋은 집안에 공부도 잘 하고 잘 생기기까지 한 한마디로 말하면 엄친아다. 정필은 자신이 맞는다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정당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맞으면서 쾌락을 느끼려는 정필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이런 정필을 보면서 안타까워 하기 보다는 정필을 더욱 마조히스트에 제대로 다가서라며 반성문을 쓰게 하고 응원하는 선생님의 모습 또한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선생님도 집 안에서 폭력의 피해자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왠지 씁쓸한 뒷 맛을 남긴다.

 

자신의 인생을 담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여자의 예상치 않은 반격이나 여자에게 기생해 살다가 여자가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가게에서 대학 동창생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녀의 기생충 남자 친구인 재호는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가지고 홀연히 자취를 감추어 버린다. 그녀의 직업에 대해 실망한 것인지 아님 그녀가 힘겨운 세상사에 찌들어 부폐해 버린 모습에 떠난건지.. 그마저도 아님 그녀가 매일 주절이는 나가란 소리가 듣기 싫어 너 한번 당해봐라 싶은 마음에 그녀의 전 재산을 들고 떠난건지 지금도 아리송하다.

 

거울에 비친 여인을 사랑하는 은둔형 남자나 아버지와 한 남자를 공유할 수 없었던 여자가 자신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를 온전한 남자로 받아들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해야 할 상황 등등 여덟 편의 단편들은 하나같이 예상치 않은 반전이 숨어 있다. 특히 읽으면서 결코 잡히지 말아라 하고 말하고 싶었던 '재이'에 관한 이야기는 특히나 가슴이 아팠다. 이야기의 화자는 재이가 사는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다. 그녀는 재이가 어릴적부터 사람이라는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도 모른체 한다. 어린 그를 각가지 방법으로 학대하는 부모라는 이름의 남자와 여자... 여기에 그들 사이에서 태어난 잘 난 아들 역시 재이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다. 재이에 의해 이루어졌을거라 생각되어지는 방화... 그 방화의 진실은 무엇인지 재이에게 관심을 보인 아빠의 회사에 근무하던 남자의 죽음이 재이의 심정에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닌지 싶기도하고 오랜 시간 동안 가해지는 폭력에 시달리면서 어느새 자신 안에 존재하는 폭력성을 발견하게 되었는지 모를 재이의 생각과 모습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유쾌하다고 말 할 수 없는 내용들이지만 책을 손에서 결코 놓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책 속에 있다. 벌써부터 전아리 작가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진다. 다음번에는 김종욱 찾기처럼 조금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였으면 개인적으로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며 인간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잔혹한 폭력성과 집착에 대한 이야기 담은 '주인님, 나의 주인님' 개인적으로 전아리란 작가를 각인시켜 준 작품이란 생각이 드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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