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학교 - 이정록 시집
이정록 지음 / 열림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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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어머니의 말씀만을 받아 적은 글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와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다. '시'라고 불리기엔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은 가슴을 찡하게 울리는 삶의 지혜와 철학이 온전히 담겨져 있다. 저자인 이정록 시인은  어느날 새벽 어머니와 한 몸이 되어 잠에서 깨워 어머니의 말씀을 서른 편쯤 받아적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시인의 어머니는 말씀도 시처럼 하시는 걸까? 어떤 어머님일지 인자하게 미소를 짓고 계시는 모습이 담겨진 책표지에 있는 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갔다.

 

시 한편한편이 다 생활 속에서 묻어난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어 나도 모르게 감탄하며 읽게 된다. 책 속에 담긴 시 전부 좋았지만 특히 마음에 드는 시 몇 편이 눈길에 머물렸는데 대부분이 사랑하는 자식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열 달을 품고서 낳은 새끼도 다 똑같이 이뼈하기 힘든게 사람이다. 공정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마음이 더 가는 자식이 분명 있다. 이런 마음을 시로 쓴 '사랑'이란 시다. 편애할 수 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반성하게 한다. 또 다 큰 아들이 쉰 살이나 되었는데 맘 놓고 울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눈물뚝', 무심한 내 뱉은 한마디에 신경이 쓰여 자식에게 사과하는 마음을 담은 '거울' 등등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친정엄마 생각이 나서 코 끝이 찡해져 왔다.

 

시와 함께 어머니의 일상이 담겨진 사진이 함께 들어 있어 시를 읽다가 어머님을 한번씩 보게 된다. 살아 온 세월이 고스란히 얼굴에 담겨져 있는 모습이 눈가의 자글자글한 주름마저도 이쁘고 인자하게 보이는 인상은 어머님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소탈하신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정엄마에 대한 생각이 남달라진다.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쳤던 일 들도 자꾸만 신경이 쓰이고 혹시라도 아프실까봐 내심 걱정하는 말을 꺼내면 자식들 힘들고 불편하다며 아프지 않다며 손을 흔들 때 더 짠하고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자식은 결국 어머니란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이제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자꾸만 기대고 싶고 투정부리고 싶은 마음을 여전히 받아주시는 엄마란 존재... 엄마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곁에 계셔주시길 바라며... '어머니 학교'를 통해서 시인의 어머니를 통해 나의 어머니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시라 읽는내내 행복했으며 즐거웠다. '어머니 학교'의 다음편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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