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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데츠키 행진곡 ㅣ 창비세계문학 5
요제프 로트 지음, 황종민 옮김 / 창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책 표지의 문구 때문에 이 소설을 선택했다. 독일어로 쓰였으며 20세기 유럽의 가장 훌륭한 역사소설 중 하나라고 평가 받고 있는 '라데츠키 행진곡' 3대에 걸친 한 가문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합스부르크' 제국에 대한 애정과 모순 1차 세계대전 후 급변하는 사회상을 보여주며 역사가 어떤 식으로 변화했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의 제목이기도하고 수시로 책에 등장하는 '라데츠키 행진곡'은 요한 스트라우스 1세의 의해 작곡된 행진곡으로 오스트리아의 장군이였던 라덴스키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곡이다.
트로타 가문을 일으켜 세웠다고 말할 수 있는 요제프 트로타 폰 지폴리 남작은 보병 소위로 군에서 근무할 때 민첩한 행동으로 황제의 목숨을 구해주며 '폰'이란 귀족 신분을 하사받는다. 허나 어린 아들의 책을 우연히 본 그는 자신의 이야기가 영웅담으로 변해 있는 것에 양심에 걸리는 일이라고 용납하지 못하고 정정을 요구하기에 이르고 결과적으로 그의 이야기는 연대 미공개 문서에만 남게 된다.
요제프 트로타는 자신이 믿었던 신념에 대한 깊은 상처를 받게되고 결국 자신처럼 아들 역시도 합스부르크 제국의 상징인 황제에게 충성하기를 바라며 군인으로 키우려던 마음을 접고 아들 프란츠 요제프는 관직에 몸 담으라 명한다. 아들은 자라 나이를 먹고 아버지의 뜻대로 관직에 몸 담으며 군수로 일한다. 그의 아들이자 요제프 트로타의 손자인 카를 요제프를 자신이 원하던 직업이며 아들 역시 매일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할아버지의 초상화를 쳐다보고 라데츠키 행진곡을 들으며 군인으로 황제에게 충성하기를 원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이라 말하고 있는 카를 요제프는 기병소년사관학교 방학을 맞아 아버지 곁에 있다가 산책길에 들린 상사의 집에 있던 부인에게 생애 첫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와의 경험을 통해 카를 요제프는 자신의 어느시점을 넘어섰다는 것을 알게 되며 나중에 부인이 아이를 낳다가 죽음을 맞아 아버지의 명령에 의해 다시 찾게 된 그곳에서 자신이 열정을 담아 보낸 편지를 받아오게 된다.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아버지는 아들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않는다.
소위로서 군인 생활을 하게 된 카를 요제프는 생애 처음으로 진정한 친구를 만나게 된다. 그는 의사로 일하고 있는 막스 데만트 대위.. 허나 카를 요제프가 막스 데만트 대위와의 친분을 생각해서 어두운 시간에 만나게 된 그의 부인을 집까지 데려다 준 일이 카를 요제프는 물론이고 막스 데만트 대위의 명예에 치명상을 입히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로인해 카를 요제프는 생애 처음으로 얻은 친구를 잃고 만다.
명예가 떨어지고 가장 외진 속으로 발령을 받은 카를 요제프는 그곳에서 합스부르크 제국과 황제에 대해 자꾸만 다가오는 급변하는 시대를 이야기하는 백작과 만나게 된다. 카를 요제프는 점차 술에 빠져든다. 군대 가까운 곳에 도박장이 생기면서 생활의 무료함 속에 군인들이 하나둘 도박의 유혹에 빠져들게 된다.
'라데츠키 행진곡'는 삼대에 걸친 이야기지만 주 배경이 군대와 시대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실 크게 재미를 느끼면서 읽지는 못했다. 허나 학창시절 세계사를 배울때 알았던 것들에 대한 기억도 떠오르기도 했으며 자주 접할 수 없었던 오스트리아의 역사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요즘은 덜하지만 우리나라 아버지들 역시 너무나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었다. 토로타 가문의 남자들 역시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감정을 마음속에만 담아두고 있다. 꿈꾸던 군대에서 명예를 잃고 변방에서 술에 빠져들고 나이 많은 부인의 유혹에 아무런 대책없이 또 다시 넘어가고 결국 도박빚 보증을 해결과는 과정에서 아버지 프란츠 요제프는 황제를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군을 나와 농사꾼으로 살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던 카를 요제프의 삶이 읽는내내 안타까웠으며 전쟁이 일어나고 다시 자신이 진정 원했던 삶으로 돌아가지만 병사들을 위해 직접 한 행동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다. 아들을 먼저 보낸 아버지는 황제의 죽음과 곧이어 자신의 죽음을 끝으로 삼대의 삶을 이끌었던 합스부르크 제국은 붕괴되고 만다.
이 책을 전쟁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책보다는 훨씬 재밌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대에 걸친 역사를 아우르는 웅장함이 있지만 여자이고 군대, 명예, 복종이란 것에 별로 익숙하지 않은 나로서는 읽어나가는데 조금 힘들었지만 역사적 배경인 오스트리아에 평소에 관심이 있어 꼭 한번 여행을 떠나고 싶던 곳이라 오스트리아 역사를 배운다는 자세로 책을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