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지음 / 예담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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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환생에 대한 이야기는 책, 드라마나 영화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다루고 있어 생소한 소재가 아니다. 흔한말로 전생에 내가 엄청 도움을 준 사람은 부모님으로 만나고 내가 누군가에게 빚을 졌거나 마음을 아프게 해서 갚아야 할 것이 있는 사람은 자식으로 만난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흔하디흔한 존재 중의 하나가 전생에 대한 이야기다.

 

'천 개의 바람이 되어' 송은일 자각의 책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송은일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어떤 작가일지 궁금증도 있었으며 어떤 식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갈지 책표지만 읽고서는 작가가 가지고 있는 색깔을 파악하기 힘들어 내심 궁금해 했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업을 통해 계속적으로 생을 살아가는 주인공들을 통해서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온전히 안다는 것이 어떤 삶일지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스토리를 이루고 있는 김명순, 나혜석, 김원주... 3명의 여성이 주 축을 이루고 있다. 김명순, 나혜석, 김원주 세 사람이 살았던 시기는 지금과 달라도 많이 다를때다. 아니 이들이 원했던 것은 신여성 일명 화냥년이라고 불리우지 않고 남성과 동등한 대접을 받기 바라고 원했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여성들의 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할 만큼 여전히 남성중심의 세상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권리와 사랑을 위해 투쟁아닌 투쟁을 하게 된다.

 

기존의 환생에서는 한 명이 또 다시 환생하여 다른 삶을 살아가는 환인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였는데 '천 개의 바람이 되어'에서는 시간이 흐르면서 한 명의 사람이 각각의 인격체를 가진 두 명으로 분리되어 각자의 삶을 살다가 운명에 이끌려 필연적으로 나머지 분리된 나를 만나게 되고 대부분 자신의 또 다른 분신을 먼저 발견한 사람이 악인으로 묘사되며 그는 결국 자신을 위한 자신의 분신을 죽일 수 밖에 없다고 묘사하고 있다.

 

파주에 살고 있던 노인들의 잇따른 죽음을 파헤쳐 가는 형사 손재엽은 환인으로서 이 사건의 분명한 환인에 의해 이루어진 살인이라는 심증을 토대로 유력한 용의자로 '유아리'란 여성을 주목하게 된다. 그녀는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전소명 작가가 '간지러움'이란 글을 표절한 원작자다. 자신에게 배우던 학생의 글을 표절한 작가 전소명.... 그녀는 자신이 내 놓은 모든 책에 대한 신빙성이 없지만 자신이 가진 사회적 지위로 인해서 그녀가 표절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흐지부지 없어진다.

 

전소명으로 인해 나혜석이였던 형사 재엽을 만나고 김원주로 생을 살았던 석해인과 만나게 되는 유아리.. 그녀의 모습에 두 사람은 왠지 모를 애뜻함과 안쓰러운 복잡하면서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전쟁에서는 여자였지만 지금 생에서는 남자인 재엽은 유아리에게 자꾸만 끌리는 자신을 보게 된다.

 

처음 등장부터 남다른 또 한명의 인물 로즈 밀러..  조각가로서 자신의 색깔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는 처음에는 악마적인 느낌을 잔뜩 풍기며 등장한다. 그녀는 다시 만난 엄마를 위해 기꺼이 살인도 불사 할 모습을 보인다.

 

형사 재엽이 말했듯이 환인들을 규제하는 테두리를 벗어난 사람을 해하면서 발생한  일이 결국 더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결과를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어느정도 공감을 했다. 결코 있어서도 안되는 사이비종교에 빠져드는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목적을 취하려는 사람과 이를 막아내려는 사람....  결론적으로 어느정도 온전히 다 매듭을 짓지 못하고 여전히 독버섯처럼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까웟다.

 

처음에 다소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졌다. 환생을 소재로 하다보니 전생에 살았던 인물과 현생의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 잠시라도 딴 생각을 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헷갈릴 수 있다. 전생에 꼬인 인연과 매듭을 풀어야만 하는 환인들의 이야기는 빠른 전개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인해서 읽는 동안 나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다.

 

책의 첫 장에 나오는 제목과 같은 시는 작자 미상에 죽은 자가 산 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데 왠지 모르게 서늘한 느낌이 책의 내용과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은 곧 인연과의 만남의 연속이다. 나로 인해 상처 받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고 나 또한 남에게 상처를 덜 받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자신에게 다음 생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면 지금을 좀 더 열정적이고 성실하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으며 유아리, 로즈 밀러.... 두 사람이 결국 한 명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더라도 결국 서로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다음 생이 있어도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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