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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뿔 2
고광률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책을 다 읽고나니 왠지 기분이 다운되면서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 결국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이미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 같이 신군부가 자신들이 획득한 권력을 놓지 않으려고하자 학생들과 서민들이 중심이 되어 계염 철폐와 전두환 퇴진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고 이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과 학생들이 죽음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래된 뿔'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에 있었던 피해자들과 이들에게 무차별 공격을 가한 가해자들이 시간이 흘러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는지 과거와 현재 속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알려주며 여전히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주도층의 어려운 면과 부조리를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동료 기자 박갑수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가지고 파헤져 가는 동료 양창우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현장을 지휘하던 장상구 현 국회의원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확실한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주위를 뱅뱅 돌 뿐이다. 이런 양창우의 모습에 오마담... 아니 우명순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이 목적을 가지고 접근한 조직의 보스 박태춘으로부터 위험스런 신호를 발견하지만 애써 이를 외면한다. 하지만 여자보다 권력과 장상구의 집안에 속하고 싶었던 박태춘의 마음이 앞서 결국 커다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든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도 친구를 위해, 사회 지도층의 부조리한 행실에 대한 고발하려는 사람 역시도 결국 권력이 가지고 있는 힘 앞에 굴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진실의 문턱에 다가가도 항상 자신들을 위해 교묘하게 국민들에게 북한을 들먹이며 다른데 정신을 쏟게 만들어 버리는 오래된 정치적 행보 역시 알고 있으면서 또 거기에 넘어가고만다. 진실을 드려내고 싶어도 힘의 균형이 깨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츠릴 수 밖에 없다.
박갑수의 사적인 복수는 결국 제대로 칼날을 세우지도 못하고 막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안타까웠다.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여전히 국민들을 대변하고 챙겨준다는 명목으로 4선까지 당선되어 국회를 활보하고 다니는 것에 마음이 무겁기만했다.
겪은 일도 잊어버리는 세상인데 내가 겪어보지 않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5.18 광주민주화운동... 시간이 흘렸다고 퇴색되어 버려서는 안되는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이다.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토대로 과거와 7년 후 현재의 모습으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있어 책을 잡으면 쉽게 놓을 수 없을뿐더러 자꾸만 화가 나는 나를 주체하기도 힘들어진다. 빠르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소설이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크개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읽으면 더 좋을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