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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로다 화연일세 3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평점 :
역사소설은 단순히 한 개인의 인물을 쫓아가는 여정에서 끝나는 것이아니라 시대적 상황이나 배경까지 두루 알 수 있어 좋다. '꿈이로다 화연일세' 역시 조선후기 남종문인화의 대가라고 불리우는 소치 허련의 인생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그 속에는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다산 정약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영향이 허소치에게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꿈이로다 화연일세' 2권에서는 스승 추사 김정희에게 최고의 제자가 되고 싶었던 소치의 마음과 운명의 여인이였던 은분과의 맺지 못할 인연이 불러 온 아픔,섬출신이란 꼬리표를 떼고 싶었던 소치의 깊지 못한 생각이 가져온 인연으로 인해 낭군인 소치를 자신의 삶의 전부라 여겼던 안쓰러운 여인의 죽음을 끝으로 끝나는데....
3권에서는 고향에 있는 아내의 모습이 안좋게 나타난 꿈을 이유로 고향으로 돌아 온 소치는 그만 자신으로 하여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되고 딸과 아들에게 상처를 입고 만다. 죽은 아내의 뜻도 있고 남다른 재주를 보이는 아들 은을 자신처럼 초의선사에게 맡기며 배움의 길을 열어두는데 그 만남의 끝에서 다시 은분과 마주치게 된 소치...
소치 앞에 나설 수 없는 상태의 은분이지만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픈 소치는 그녀를 자신 곁에 두려고 한다. 소치와 함께 길을 나선 은분은 잠시 소치의 곁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이마저도 자식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소치 곁을 떠나 어린 아들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시간이 덧 없이 흐른다. 25년 후 자신의 고향으로 식솔들을 이끌고 내려 온 소치는 운림산방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치며 지낸다. 자신의 뒤를 이을거라 믿었던 아들 은이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만 이후 뒤를 이을 사람이 없었는데 타향살이와 죽은 첫번째 부인 때문에 남모를 마음 고생을 했던 지씨 부인이 나은 넷째 아들 형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되는 소치... 소치는 형에게 은에게 주었던 호를 써주며 형과 아내의 서운함을 멀리하고 속 깊은 생각에 빠져든다.
당대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한 소치 허련의 시, 서, 화지만 소치는 늘 자신이 가진 섬출신이란 자격지심과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짜여진 틀 안에서 자신을 분출하지 못했던 소치의 아픔과 그런 소치를 실력으로는 인정하면서도 다른 사대부 가문의 자제와 같은 선상에서 보지 않았던 추사의 마음이 소치에게는 깊은 상처로 늘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소치가 남종문인화의 대가로서 인정 받으며 새로운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소치 허련, 추사 김정희, 초의선사, 그리고 운명적인 끈으로 이어지는 여인 은분과의 만남.... 소치가 대가로서 성장하고 우뚝 설 수 있도록 이들의 모습은 소치의 겉과 속에 항상 같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사소설만이 주는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시종일관 아름다운 시와 더불어 그림을 그리는 소치 허련의 모습이 저절로 머리속에 연상되었다.
아름다우면서도 멋진 작품이다. 저자 곽의진님의 노력이 고스란히 책속에 담겨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으며 추사 김정희에 비해 소치 허련에 대해 잘 몰랐는데 책을 읽으며 소치 허련이 대가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연이란 끈으로 이어진 사람들과의 소중한 관계란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