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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지옥에 가다
이서규 지음 / 다차원북스 / 2012년 9월
평점 :
내 마음속에 존재하는 열정으로 인해 건너지 말아야 할 강을 건너게 되는 안타까운 이야기 '스님, 지옥에 가다' 의 저자 이서규 작가님의 책은 처음이다. 어떤 내용일지 사뭇 궁금했는데 책을 읽다보니 순식간에 읽을만큼 스토리가 짜임새도 있고 재밌다.
다른 종교에 비해 불교는 속세의 인연을 마음속에서 비워야 하는걸로 알고 있다. 스님들도 사람이라 인연의 끈을 쉽게 끊어버릴 수 없을거라 생각한다. 책은 어느날 자신 안에 갖게 된 연모하는 마음과 삶에 대한 열정... 불교에서는 만(慢)으로 인해 고통스런 행동을 해야만 했던 스님의 안타까운 이야기다.
화자인 나는 부산 범어사에서 휘문이란 법명으로 살고 있는 스님이다. 남모를 이력을 감추고 생명을 부지하고자 절을 찾아가 몸을 위탁하고 있다. 어느날 나의 스승이신 혜장스님의 스승인 강원도의 황태사란 절에 계신 홍안스님의 편지가 받고 황태사로 급히 떠나게 된다. 스승인 혜장스님과 내가 도착하기 이틀 전에 세상을 떠난 홍안스님의 몸에서 사리가 하나도 나오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하는 황태사 승려들과는 달리 혜장스님은 별다른 말이 없다. 혜장스님은 홍안스님이 남긴 책 한권을 받게 되고 나는 예전에 인민군 앞잡이로 살던 시절에 알게 된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허나 이 남자의 갑작스런 죽음은 귀신의 소행이라는 불안감을 조성하게 된다. 뒤이어 연달아 일어나는 스님들의 죽음 속에서 감추어진 비밀을 밝혀내려던 도중에 나는 죽은 남자와 내가 했던 일들에 대해 혜장스님에게 털어 놓게 되고 그 속에서 알게 된 사건의 의문점을 스승인 혜장스님에게 이야기하는데 이를 듣던 스님은 전혀 예상밖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리는데.....
이야기의 시점이 6.25가 끝난지 얼마되지 않은 시기다. 이상이나 여러 이유로 인해 북에 동조했던 사람들은 남과북이 갈릴때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남한에 정착하게 되지만 그들은 늘 자신들의 존재가 들통날까봐 전전긍긍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사리사욕에 눈이 먼 남자의 끝을 알 수 없는 악행을 자신의 손으로 끊어야만 된다고 믿었던 남자가 선택한 일은 결국은 한 사람에 대한 깊은 연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얼마전에 불교계의 크고작은 사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다. 부처님의 뜻을 받들고 그에 맞게 살아야하는 스님들은 각가지 이권이나 돈에 대한 욕심을 부리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들었었다. 불교계뿐만아니라 기독교, 천주교 할 것 없이 종교인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간혹 TV나 신문을 통해서 보게되면 무신론자인 내가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의 내용에도 나오고 책표지 뒷부분에 쓰여 있듯이 불교에서는 지옥도 팔열팔한지옥으로 여덟 개의 불지옥과 여덟 개의 얼음지옥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살인, 도둑질, 거짓말, 음행, 술을 많이 마시는 것도 지옥에 떨어지는 요건에 해당된다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을 비롯해서 간혹 하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거짓말이나 사람들을 만나면 마시는 술로 인해 지옥에 간다니... 불지옥도 얼음지옥도 싫은 나는 살짝 걱정스런 맘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