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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천 정사 ㅣ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꽃을 소재로 한 미스터리 소설이 이렇게 아름답게 쓰여질 수 있다는 것을 렌조 미키히코의 '회귀천 정사'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5편의 단편 중 어느 하나 그냥 소홀히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에 아름다우면서도 예상 밖의 반전을 선사하는 묘미까지 갖추고 있는 소설이다.
'등나무 향기', '도라지꽃 피는 집'을 읽을때만해도 아픔 사연을 간직한 여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자의반타의반 들어 온 유곽이란 곳을 배경으로 쓰여진 단편소설이거라 생각했지만 '오동나무 관'에서는 야쿠자, '흰연꽃 사찰'에서는 불행을 운명을 타고난 여인의 삶을 '회귀천 정사'에서는 뛰어난 가인으로서의 삶이 중요했던 한 남자의 이야기가 책을 읽는 독자로하여금 책 속에 빠져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나같이 잔잔하면서도 슬프고 아련하게 다가오는 내용은 책 속의 나온 사람들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조차 헷갈리게 한다. 병든 남편을 위해 몸을 파는 여인, 딸을 유곽에 팔았지만 여전히 아버지를 위해 돈을 부치는 딸, 별다른 생각없이 베푼 작은 행동이 한 여인에게는 커다란 의미로 다가오고 그로인해 살인까지 서슴치 않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 무서운 야쿠자의 삶보다 한 여자에 대한 사랑이 더 깊고 중요했던 한 남자의 인생과 그를 사랑한 여자, 불행을 가지고 태어난 여자란 꼬리표를 달고 살면서 자신이 진정 사랑한 한 남자와 그의 자식을 위해 철저히 악인의 삶을 살고자 했던 한 여인과 천재 가인이란 소릴 듣는 한 남자와 그를 둘러싼 많은 여자들과의 애증 속에 교묘하게 감추어진 남자의 야망... 어느것 하나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으며 마지막에 풀어내는 진실 또한 흥미로운 결말이라 재밌게 읽었다.
스토리의 시대상이 저자 렌조 미키히코가 태어나기 전인 1900년대 쇼와 초기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 역사도 아니고 일본의 역사까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의 어렵고 암울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점은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시기가 있었기에 분위기를 이해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다.
일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명화(名花)로 불리는 연작단편집이란 평을 갖고 있는 '회귀천 정사' 원래 8편의 단편 중 5편 만이 책 속에 담고 있다고 하는데 나머지 3편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지고 책으로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렌조 미키히코의 책을 여태까지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었다. 이전에 읽은 책보다 '회귀천 정사'를 읽으며 렌조 미키히코란 작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으며 그의 다른 작품들을 도서관에 가서 찾아볼 생각이다. 아름다운 꽃 속에 감추어진 슬픈 진실은 한동안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