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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노래 - 2013년 제44회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승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소설 한편을 읽고나면 영상으로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작가 이승우님의 신간 '지상의 노래'가 바로 그렇다. 읽는 동안 시간을 뛰어 넘는 이야기 속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 죄의식, 종교, 내면의 소리 등 많은 것들을 쏟아내고 있으면서 나, 우리의 모습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만들어 놓는다.
저자 이승우님의 작품은 사실 '생의 이면' 한 권 밖에 읽지 못했었다. 생의 이면을 읽었을 때는 가슴으로 다가오는 책이 아니라 눈으로 읽고 머리로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책이었지만 '지상의 노래' 같은 경우는 눈으로 보면서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다가오는 책이였다.
책 속에서는 갖가지 형태의 죄의식을 느끼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책의 처음 부분에 등장하며 인물들의 중요한 장소인 천산 수도원의 벽서를 세상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를 마련한 강상호란 인물은 형이 폐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라도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될까봐 해외 파견 근무를 자처하고 결국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은 형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고 '지상의 노래'의 주인공이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물 '후' 열다섯 소년이 타인이 아닌 누나에게 갖고 있던 사랑이란 감정으로 인해 저지르는 범죄와 이로인해 도망 간 천산 수도원에서의 3년이란 시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고 인정하게되는 과정과 연상의 여인과의 육체적 관계를 통해서 발산하는 쾌락의 중심에는 결국 누이의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새로운 정권 수립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지 않던 일을 해야했던 한정효와 군인인 그의 부하 장... 마지막으로 교회사를 전공한 신학자이며 역사학자인 차동연이 자신의 학문적 지식의 잘못과 이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다시한번 주저하고 오류하는 결과를 범하게 된다.
믿었던 사람에 대한 배신으로 고향을 떠나야 했던 후의 누이 연희는 자신과 삼촌, 박중위, 더불어 후까지 용서할 수 없어 쓸쓸하고 외롭게 살아가는 여인으로 그녀가 자신에게 닥힌 불행을 이겨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습에 같은 여자로서 안쓰럽게 느껴졌다.
무수히 많은 성경 구절이 쓰여 있는 벽서... 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고 살아가는 수도원 사람들이 맞게 되는 비극적 결말을 간직한 지하 무덤에서 수도원 형제들의 일을 마무리 하며 그 자신에게도 안식을 가져다 줄거라 후는 믿었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가며 한 단락씩 인물들의 스토리가 끊어져 있는듯 연결고리가 이어져 있다. 천산 수도원... 누구에게는 수행과 마음의 안정을 찾게되는 장소이면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보고 죄를 범하게 되는 장소로 나온다.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욕망이 있다. 어떤 형태의 욕망을 가지고 있느냐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결국 모든 사람들은 욕망을 위해 살아간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의 노래'는 근래들어 읽은 한국 소설 중에서 가장 재밌었다. 이승우 작가님의 기존 소설보다 훨씬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준 지상의 노래... 아직까지 못 읽은 저자의 다른 책들도 조만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