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것들
필립 지앙 지음, 윤미연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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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것들' 도대체 무엇이 나쁜 것일까? 자신을 속인 딸의 모습인가? 아님 아내? 그것도 아님 오래전에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하나밖에 없는 딸이 받았을 상처에 대한 것들인가? 에순 한살의 소설가인 프랑시스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용서하기 힘들어 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12년 전 자신의 실수를 용서하지 않은 아내는 프랑시스와 화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내와 큰 딸이 자동차에서 불길에 휩싸여 죽어가는 모습을 눈 앞에서 작은 딸 '알리스'와 함께 보게 된다. 이 때 받은 충격 또한 큰데 여기에 프랑시스의 아내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한 작은 딸은 더욱 깊은 상처로 인해 수렁속에 빠져 들게 된다.

 

알리스가 받은 상처는 점점 그녀를 일탈로 치닫게 만들고 급기야 약에 찌들어 사는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쌍둥이 딸가지 낳게 된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알리스의 직업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프랑시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 딸의 걱정과 자신이 돌봐주어야 할 쌍둥이 자매와 사위까지... 그는 이 모든 현실이 너무나 싫고 버겁기만하다. 이런 프랑시스의 곁에서 그가 다시 힘을 얻도록 도와주는 아내 쥐디트... 허나 프랑시스는 부동산 일을 하는 쥐디트의 바쁜 사회생활이 결코 일로만 바쁜 것이 아니란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프랑시스가 한때 인기 작가였지만 오랜 시간동안 다시 소설을 쓰지 못하고 있던 그에게 작품을 쓰게 만든 계기가 딸의 실종이다. 이 일은 자신만의 안전한 공간 속으로 숨어 들려는 남자의 심리가 들어 있으며 우연히 재회한 친구와 그녀의 말썽쟁이 아들과 얽히면서 남자가 보여주는 모습은 너무나 이기적이며 자신 밖에 모른다.

 

소설은 분명 위태로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가정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아내와 딸이 죽은 모습을 보며 갖게 된 트라우마를 친구의 아들 '제레미'에게서도 보게 되고 그래서 더욱 위태로워 보이는 제레미의 일상에 한발자욱 다가서는 프랑시스인지도 모르겠다.

 

예전처럼 남성답지 못한 자신의 모습에서 불안감을 느낀 주인공이 여전히 아름답고 능력있는 아내에게 받게 되는 상처는 결국 엉뚱한 방향으로 표출되고 이로인해 두 사람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는 모습은 나이 든 남자의 이기적인 마음에서 비롯된 옹고집과 아집 때문만이라고 치부하기엔 안타깝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아픈 상처는 있다. 허나 이를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과정에서 어떤 모습일지는 순전히 자신들만의 몫이다. 삐틀어지는 어린 딸 알리스를 측은하고 안쓰럽고 안타깝게만 바라보던 주인공이 어느날 자신한테 과해진 딸의 철없는 행동을 끝내 용서하지 못하는 것도 딸의 모습 한 켠에 자신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더욱 외로움 속으로 자신을 집어 넣는 주인공 프랑시스... 그의 모습은 나이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집,이기심이라고만 말할 수 없다. 나역시 한해두해 나이를 먹어갈수록 내 자신속에 나를 가두려는 면이 없잖아 있다. 어리다고 아들의 말을 귓등으로 들을 때도 있고 내 고집을 피우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데 나이들수록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과 눈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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