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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다니엘 포르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블랙코미디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남다른 웃음 코드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느때는 작품 속의 웃음 포인트를 스쳐 지나갔다가 문뜩 떠오르는 문장에 늦게 웃는 경우도 종종 있는 편이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느낌처럼 '죽음'이란 다소 무거운 소재를 가지고도 충분히 독자들의 상상력을 충족시키면서도 웃음 짓게 만들어주는 요소들이 숨어 있는 작품이다.
저자 다니엘 포르의 작품은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알제리 태생에 프랑스 소로본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세계 여러나라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료들과 함께 세운 광고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이 첫 작품이라는데 첫 장편소설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의 남자 주인공은 어느날 갑자기 약혼녀에게 지독한 악담을 들으며 결별 통보를 받게 된다. 약혼녀의 아파트를 나온 그는 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순간에 자신이 바로 전에 서 있던 곳에 자동차 한 대가 아파트 정문을 들이 박고 운전자는 자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면서 끔찍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 것을 보고 새삼 자신은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사고의 목격자로 경찰서에 가게 된 그는 헤어진 전 약혼녀의 비밀을 듣게 되며 그녀가 자신을 떠난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남자는 소설가로 커다란 성공을 꿈꾸며 자신의 머릿속을 맴도는 '죽음'에서 벗어나기 힘들어 한다.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 이런 그의 곁에는 죽음이 가까이 있다. 알치하이머를 앓고 있는 아버지의 죽음, 옛여자들을 떠올리며 다시 사랑을 하려는 그로 인해 옛 여자친구는 죽음이란 커다란 위험에 빠지게 된다.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에게 잇달아 일어나는 죽음으로 경찰은 그를 용의자로 여기는 현상까지 일어난다. 허나 살해 위협을 느끼는 전 약혼녀를 비롯해서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용의자는 뜻밖에도...
주인공이 맞닥들이는 상황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이나 이별 후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하고 싶어 운동을 비롯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 여기에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 역시 만날 수 있지만 주인공처럼 한꺼번에 스나미가 되어 몰려 일어나지는 않는다. 그가 자신의 주변 환경을 받아들이고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안쓰러우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게 만든다.
어찌보면 주인공 남자의 모습이 찌질해 보일수도 있다. 우유부단하고 칠칠 맞으며 겨드랑이 냄새까지 심한 남자, 여기에 운동을 하면서 입냄새까지 심해져 여자들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면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그이지만 이런 모습도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들 중 하나일거란 생각을 했으며 그것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주인공의 행동 또한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직은 블랙코미디 소설이 주는 웃음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허나 이런 작품을 하나둘씩 접하면서 블래코미디 소설의 재미를 조금씩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한 페이지에 죽음 하나' 블랙코미디 소설로서 주는 재미가 적지 않은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