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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백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번쯤 사랑을 잃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이야기를 만났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 세상에 사랑을 잃고 실연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모여 아침 7시부터 조찬 식사를 한다는 자체부터 흥미로운 제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자 백영옥씨가 '다이어트의 여왕'이후 3년 만에 내 놓는 신작 장편소설이라고하는데 솔직히 난 아직까지 백영옥씨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녀가 들려주는 연애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는지도 모르겠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은 트위터에 뜬 글을 보고 실연에서 벗어나고자 조찬모임에 참석하기로 한다. 그속에는 비행사에 근무하는 여승무원 윤사강, 어린시절 만나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눈 돌리지 않고 서로에게 충실한 십 년간의 연애를 하다 갑자기 자신을 떠나려는 연인과 이별한지 1년이나 된 다국적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남자 이지훈, 하루 8가지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힘든 생활을 하면서 동생까지 공부시켰던 열혈 처녀 정미도.. 그녀는 끝나버린 사내연애와 더불어 사표를 던지고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로 한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한 조찬 모임은 오후 7시까지 꼬박 12시간 동안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유기농 식사와 영화 네편 상영, 그리고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소중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받은 물건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헤어진 연인과 연락은 끊어도 물건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서강과 지훈은 소중한 물건을 버리므로 완전한 이별을 고한다.
윤서강, 이지훈이 보여주는 이별은 요란하지 않고 오히려 심플하기까지하다. 사랑이 깊어 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마음에서 놓지 못해 방황하던 이들이 결혼정보업체에서 의도한 프로젝트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시 조찬 모임'이후 실연에서 벗어날 힘을 서서히 얻어간다. 모임 이후 서강과 지훈은 다시 만난 비행기에서 서로를 의식한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결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낯선 타인과도 같은 사람과 공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한 사람을 사랑하다 헤어지는 이유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랑을 잃은 사람은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실연으로 아픈 상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면 치유된다고 말한다.
잔잔하면서도 감미로운 선율의 음악처럼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조용히 마음을 흔드는 소설이다. 읽는 동안도 좋았지만 읽고나서 나도 모르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맛있는 조찬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영옥씨의 책은 처음이지만 느낌이 상당히 좋아 그녀의 다른 책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