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과 에블린 민음사 모던 클래식 57
잉고 슐체 지음, 노선정 옮김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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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같은 분단 국가로 존재하다가 1990년 10월 3일 드디어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며 통일을 이루어낸다. 통일 전 동독이나 서독의 모습은 간혹 책이나 드물게 영화를 통해서 접하게 될 때가 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나온 모던 클래식 시리즈 '아담과 에블린'은 통일 전 동독에서 살아가던 두 남녀의 이야기를 출반점으로 하고 있다.

 

같은 조국, 같은 하늘아래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담과 에블린은 자신의 인생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다. 재단사로서 안락한 보금자리와 직장, 나름 여유로운 생활을 살아가는 아담은 여자들의 옷을 재단하고 입히면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좋게 말하면 로맨티스트이고 나쁘게 말하면 여자에게 잘 빠져드는 바람둥이다. 그의 연인인 에블린은 대학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지만 여건상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절망감과 함께 아담이 보여주는 자유연애에 대한 질림까지 겹쳐 아담의 곁을 떠나 서독에 가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를 원한다.

 

두 사람의 헤어짐은 아담의 잘못으로 시작되었지만 그 밑바닥에는 에블린이 가지고 있던 불안한 미래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생각이 깔려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에블린에게 반한 40대 중반의 서독 남자가 내미는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여 에블린이 떠난다. 그녀가 자신의 곁을 떠날거란 생각을 생각을 하지 못했던 아담은 처음으로 에블린에 대한 깊은 사랑을 깨닫고 무작정 그녀를 되찾겠다는 일념하게 짐을 꾸려 에블린 일행이 떠난 길을 쫒아간다.

 

스토리 자체가 대화형식을 많이 취하고 있다. 차분하면서도 격렬하고 섬세하면서도 조금은 허술한듯 한 방식이 오히려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책이다. 1989년 당시 시대 모습이 상상이 되며 에블린과 서독남자, 에블린 일행을 쫓던 아담이 탈출을 위해 강을 건너려던 여자 카타를 만나게 되고 카타까지 같이 동행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아담의 곁을 떠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던 에블린은 아담에 대한 자신의 사랑을 인식하고 그의 사랑을 받아들여 곁으로 돌아가지만... 이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나냐하면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생활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기 위해 넘어 온 곳에서 한사람은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지만 다른 사람은 자신의 모든 것을 두고 온 고국에서의 삶을 잊지 못하고 적응하기도 힘들다. 이런 두사람이 과연 끝까지 행복할지... 아담이 버린 행복은 통일 되어 돌아온 고국에서 발견할 수 있을지....

 

민음사에서 나오는 모던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서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아담과 에블린' 역시 독일 작가의 작품으로 저자 잉고 슐체는 이 책을 성경의 '아담과 하와' 모티브를 차용했다고 한다. 무겁지 않으면서 경쾌하고 유쾌하게 스토리를 이끌고 있어 전혀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다.

 

통일 전 동독과 서독이란 장소가 가지는 있는 무게를 떠나 아담과 에블린이 보여주는 사랑과 인생에 관한 고민은 충분히 공감이 되며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책장에 꽂아두고 있는 민음사 모던클래식 시리즈 책 몇 권을 아직까지 읽지 못하고 있었다. 비온 후 다시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시원한 수박화채를 먹으며 모던 시리즈 책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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