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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스치는 바람 1
이정명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민족시인 윤동주의 가장 암울한 1년을 시간을 보낸 후쿠오카형무소의 생활을 담아낸 소설책이 나왔다. '별을 스치는 바람'의 저자 이정명씨는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두터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다. 두 권의 책이 TV이로 방영되면서 그의 작품은 다시한번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며 오래도록 이정명씨의 책을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바람의 화원'이후 5년 만에 나온 '별을 스치는 바람'은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야기라 더욱 관심이 갔던 책이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후쿠오카형무소 내에서 일어났던 비인도적 생체실험의 희생자로 윤동주 시인이 사망한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이 덧붙여진 작품으로 책을 읽는내내 마치 내 자신이 후쿠오카 형무소에 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윤동주 시인이 들려주는 시에 대한 생각과 생활, 민족, 삶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분이 들 정도로 흡입력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나 자신도 모르게 빨려들어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스토리를 간략하게 풀어 놓자면 이렇다. 화자는 스물 살도 안된 일본인 '와타나베 유이치' 그는 전쟁 때문에 아버지가 떠난 후 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 책방을 운영하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항상 책속에서 위안을 얻고 자신을 발견하던 와타나베는 교토 고등학교 문과생으로 있다가 전쟁터가 아닌 후쿠오카형무소에 발령을 받으며 형무소내 간수부 소속 간수병으로 일하다 3일 전에 새로이 발령 받은 제3수용동에서 일어난 일본인 간수 살인사건을 파헤치라는 후쿠오카형무소를 책임지고 있는 소장에게 명령을 받게 된다.
죽은 일본인 간수 '스기야마 도잔' 주머니 속에 든 시 한편이 와타나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분명 범인은 조선인 최치수와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히라누마'라는 심증을 토대로 사건의 진실 속으로 한걸음씩 다가간다. 이런 와중에 우연히 듣게 된 피아노 선율을 따라가다 마주친 간호사 '미도리' 그녀를 통해서 듣게 되는 스키야마의에 대한 이야기는 그동안 죄수들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아 온 일본인이지만 섬세하고 음악을 알고, 시를 이해하고 삶을 사랑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와타나베는 스키야마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키친 히라누마란 인물에 대해 더욱 호기심이 생긴다.
진실 속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진실.... 이미 저자 이정명씨의 전작 작품들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에서 만났던 이중의 숨은 진실이 도사리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진실을 파헤쳐낼수록 젊은 간수병 와타나베의 마음을 파고드는 문학, 시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별을 스치는 바람 1'에서는 후쿠오카형무소 내에서 벌어진 생체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전개되지 않았다. 허나 능력 있고 유능한 의사가 후쿠오카형무소에 자진해서 왔다는 글을 통해서 그의 주도하에 이루어진 일이 아닐까?싶은 생각도 들지만 '별을 스치는 바람 2'권을 읽어봐야 알 수 있겠다.
아름다운 시가 형무소란 장소와 맞물러 당시의 암울한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자신의 뜻과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전쟁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휩쓸려 가는 와타나베란 인물을 통해서 인간의 영혼을 구원해 줄 수 있는 문학, 시,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편의 휴먼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다. 빨리 '별을 스치는 바람 2'을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