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담의 신

고담의 신
린지 페이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2년 6월

얼마나 대단한 소설이길래 저자 린지 페이의 두번째 책인 '고담의 신'이 마이클 코넬리, 매튜 펄 등과 같은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니 우선 호기심이 먼저 생겼다.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의 주인공 티모시 와일드를 통해 1845년의 미국 뉴욕 맨하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저절로 오래된 흑백영화처럼 머리속으로 연상이 되어 떠오른다.

주인공 티모시 와일드는 예기치 못한 대화재로 얼굴에 화상의 상처와 함께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아끼고 모은 모든 것을 잃게 된다. 사고 이후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던 형 밸런타인에 의해서 뉴욕시에서 처음으로 출범하는 경찰국에서 신참 경찰관으로 일하게 된 티머시... 형에게 벗어나 과부가 운영하는 빵집 2층에 새로운 둥지를 틀며 경찰관으로 나름 능력을 발휘하던 어느날 밤에 그에게 달려오는 잠옷차림의 한 소녀와 마주치게 되고 소녀가 뒤집어 쓴 물질이 피라는 것을 알게 된다. 소녀가 내 뱉는 말 속 담긴 이야기가 심각한 범죄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며 이후 방관자 같이 일하던 경찰관이란 직업에서 벗어나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매달린다.

빵집 과부의 말을 토대로 누구보다 영악하게 거짓말을 일삼는 피묻은 소녀 '버드 달리'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티머시는 그녀가 일하던 유곽을 찾아가 죽은 아이에 진실을 파헤치고자 노력하지만 그곳의 주인 여자는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경찰 지서장으로 있는 형 밸런타인이 반한 여자이고 그녀는 민주당 사람들의 호의를 받고 있는 사람으로 쉽게 진실을 알기가 어렵다.

죽은 아이들의 시체와 가슴에 날카롭게 남아 있는 칼자국, 뉴욕시를 가득 메우고 있는 아일랜드 이민자들자들에 의해 오염되어만 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의 경고,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 뒤에 감추어진 또 다른 모습은 추악하기보다 안쓰러운 연민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모든 것을 알고 있지만 말하지 못하는 어린 소녀 버드까지...

주인공 티머시는 결코 차가운 인물은 아니지만 왠지 냉소적인 느낌을 받게 한다. 시종일관 차분한 분위기에서 사건을 파헤쳐 가는 티머시 와일드의 모습은 느와르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배경도 1845년 범죄가 들끊는 뉴욕(고담)이고 이제 막 출범한 경찰국을 소재로 한 책이라 더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도 모르겠다.

당대 최고의 작가들이 극찬할 만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처음에 다소 지루한 면이 없지않지만 금새 스토리 속에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읽으면서 범인을 떠올기보다 티머시가 움직이는 뉴욕의 밤거리와 상가, 교회, 경찰국, 무덤 속을 나도 같이 걷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섬세하고 흡입력 강하며 인물들이나 배경이 살아 있는듯 생동감을 안겨준다.

저자 린지 페이의 첫 소설이 궁금해지는데 명탐정 셜록 홈즈를 재탄생 시킨 소설이라니 셜록 홈즈 매니아로서 더더욱 궁금해지며 더군다나 코난 도일 재단에서 "홈즈의 추리력을 현대를 불러왔다"는 평을 들을 정도였다니 그녀의 첫번째  책 '먼지와 그림자 : 잭더리퍼에 관한 왓슨 박사의 기록'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