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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하라 코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중 한 명인 오쿠다 히데오의 기발함에 츠츠이 야스타카의 블랙유머가 더해진 책 '마루 밑 남자' 사실 저자 하라 코이치의 책은 아직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얼마전에 나온 '달려라 얏상'의 저자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이 책 역시 읽어보지 못하고 있다가 도서관에 간 김에 두 책을 같이 빌려와서 '마루 밑 남자'부터 읽었다.
5개의 단편이 있는 책으로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밤, 낮으로 정신없이 회사 일에 매달려 사는 샐러리맨의 비애나 가족을 위하고 살았다지만 막상 가족간의 소통이 끊어지므로해서 가족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가장의 모습을 유머스럽지만 날카로운 시선으로 진정한 가족의 행복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지금은 많이 좋아지고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의 행복이나 아빠의 역활에 중점을 두고 생활하는 남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이지만 여전히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좀 더 풍요로운 생활을 위해서 회사일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살아가는 남자들이 많은게 사실이다. 요즘처럼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고 샐러리맨 역시 명퇴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가족과의 시간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음에 소개된 책의 제목인 '마루 밑 남자'는 사실 유령인줄 알았다. 허나 마지막에 나타난 반전을 통해 드러난 현실은 결국 주인공과 똑같은 상황에 놓인 남자가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가 자신이 잃어버린 자리를 대신 차지한다는 어찌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여자는 자신과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무런 일도 안하고 곁에서 이야기 해주고 같이 눈 맞쳐 주고 웃어주면 경제적인 상황은 아무런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분명 저자 하라 코이치는 블랙 코미디로서 표현했다고하지만 이상하게 반발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하는 여자는 결국 여자들의 권리를 찾고자 노력하지만 그 속에 드러나는 진실은 유쾌하지 못하다. 온통 파견사원으로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 없는 것을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이나 악덕 사업인에게 걸려 회사가 도산하는 지경이 되고 이에 대한 복수 과감히 악덕 사업인을 찾아내고 그의 회사를 쓰러뜨리는 것, 정리해고되고 가족으로부터 버림 받은 남자가 딸뻘힌 소녀와 기묘한 동거아닌 동거를 시작하고 둘이서 같이 사업을 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모습.... 읽는내내 불편한 마음과 가볍지 않으면서도 현대를 살아가는 남자들의 비애를 제대로 표현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장도 술술 넘어가고 간결하고 깔끔한 문체가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내용 역시 그냥 흘려보내기엔 자꾸만 생각나고 되짚어 보게 만든다. 여자이고 결혼해서 살다보니 가정의 소중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 어느정도 아내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마루 밑 남자'의 아내 역시 남편에 대한 배려심은 결여되어 있다고 본다. 아이를 위해 이사한다고하지만 엄청난 대출을 일을 하면서 갚아야 하는 상황임에도 남편의 회사와의 거리를 무시한 결정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같이 있고 싶다는 자신의 바램대로 마루 밑 남자에게 무한한 이해심과 배려를 보내면서 남자를 내치는 과정은 옳은 것인가? 하는 반문도 하게 된다. 여러 생각에도 불구하고 분명 재밌다. 다른 책 '달려라 얏상'도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