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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엄마 1 - 영주 이야기, 개정증보판
최문정 지음 / 다차원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자식은 전생에 내가 은혜를 입은 사람이고 부모님은 전생에 내가 은혜를 베푼 사람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만큼 자식은 끔찍하게 위하면서도 자신을 낳고 기른 부모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자식을 비유할때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자식한테는 하나같이 다 애틋하고 안쓰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허나 내가 막상 아이를 낳고 기르다보니 열손가락 중에서도 유달리 아픈 손가락은 존재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아픈 손가락이 다르듯 자식을 대하는 부모의 사랑도 차이가 나는데 얼마전부터 TV이를 통해서 '바보엄마'라는 드라마가 방영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평소에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관계로 책으로 만나 읽으면서 저절로 뜨겁게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다.
유달리 깨끗하고 맑은 피부에 남다른 미모를 가지고 태어난 여자 김선영... 아름다움이 그녀에게는 불행의 시작이다. 15살의 나이에 복숭아 밭에서 강간을 당하고 생긴 아이를 낳은 그녀는 충격을 못이기고 수시로 정신이 오락가락하며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는 대상으로 전략하고 만다. 그녀의 딸이자 여동생인 김영주는 자신의 모든 불행은 엄마로서 시작되었다고 굳게 믿는다. 엄마를 끔찍이도 생각하는 할머니는 딸을 처지를 생각해 더더욱 영주를 곱게 볼 수가 없어 모질게 대하고 일가친척들의 눈길 속에서 힘겨운 삶을 버티어 나간다.
10년이란 시간을 정신병원에서 생활한 엄마 김선영을 집으로 데려오며 엄마와 영주 자신, 그리고 자신 밖에 모르는 인간 말종인 남편과의 이혼을 느낀 딸 닻별이와 함께 살아간다. 10살의 뛰어난 두뇌를 가지고 있는 닻별이는 자살을 시도하며 영주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만 닻별이가 있어 영주는 힘든 삶 속에서 살아갈 의미를 찾는다.
지독하고 맹목적인 사랑을 주는 엄마 김선영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영주 자신 역시 닻별이에게 지독한 사랑을 쏟아 붓는다. 엄마의 뒷모습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지만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살면서 우리는 항상 마음과는 다르게 말로서 상처를 주게 되는 부모와 자식의 관계... 자신보다 오래 살거라 믿었던 엄마의 삶...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며 후회의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다.
자식이라면 누구나 엄마가 예전에 이런말 하는거 들었을 것이다. 너 닮은 자식 낳아 꼭 키워보라고... 그 말속에 담긴 뜻이야 모르지 않지만 내가 클때 엄마의 속을 그렇게 썩였나 싶은 생각도 들고 자꾸 미안하고 죄송스럽다. 손자, 손녀를 본 엄마가 이제는 결코 젊지도 건강하시지도 않는데 여전히 엄마에게 기대고 투정부리며 엄마의 나이를 잊어먹는다.
에필로그를 통해서 이 책이 실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세상에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이 있는데 '바보엄마'의 주인공들이 그런 삶을 살고 있었다. 책은 '영주이야기'를 1편으로 끝이나지만 2편 '닻별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언제 나올지 미국으로 간 닻별이의 삶은 어떠 했는지 너무나 궁금하다. 2권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벌써부터 기다리게 만드는 책이다. 올해들어 가슴 찡한 먹먹함을 느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