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
코바야시 야스미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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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완벽한 범죄를 꿈꾸며 밀실을 만들지만 밀실이란 공간이 가지고 있는 트릭을 밝혀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권의 책을 통해 만났었다.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의 저자 코바야시 야스미의 전작 '밀실 살인'을 통해서 우리에게 어느정도 익숙한 캐릭터인 변호사 사이조 겐지와 도쿠 영감님, 타니마루 경감, 여기에 신도 레츠 등... 다양한 인물들은 이번 단편집에서도 개성 넘치는 활약을 보여준다.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은 서로 다른 단편소설 7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성이 없어 보이지만 인물들이 마주치거나 얽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처음편인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에서는 명탐정보다 날카로운 직관력 추리력으로 사건을 단숨에 파악하며 범인을 밝혀내는 도쿠 영감님이 마지막편인 '길바닥에 떨어진 빵조각에 대한 연구'에서는 뜻밖의 사고로 순행성 기억상실증에 걸린 탐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를 도와주려는 마음을 볼 수 있다. 개성 강한 캐릭터로서 남다른 일을 했던 자신의 경력을 드러내며 피해자가 범인에 의해 없어지고 조작되려는 증거를 막아내며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여성 신도 레츠... 그녀의 남다른 행보와 자신이 맡은 사건 의뢰인에 적절치 못한 관계로 인해 경제적으로 심한 어려움에 빠져 있는 변호사 사이조 겐지와의 관계, 명탐정이지만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시그마의 활약과  '정직한 사람의 역설'에서 보여주는 반어법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논리적으로 밝히지만 오히려 읽는 독자로서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헷갈리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알면서 시작하는 '얼음 다리' 밀실에 갖고 있는 트릭을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어떻게 풀어가는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으며 사무실 번호가 적혀진 물티슈를 나누어주며 사건을 의뢰 받는 조금 찌질해 보이는 변호사 사이조 겐지가 범인을 짐작하고 그를 귀찮게 찾아가 이야기하는 도중에 말의 실수를 통해 범인을 잡는 활약을 그나마 볼 수 있다.

 

sf미스터리 '시체 대변자'는 사건의 범인을 밝히기 위해서 죽은 피해자의 뇌 속에 있는 해마를 다른 사람의 뇌에 이식해서 남아 있는 기억을 통해서 범인을 유추해내는 황당하고 엉뚱한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으로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하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잠시 생각만해도 섬뜩한 기분이 든다.

 

미스터리, 호러, sf까지 단편소설이지만 다양한 장르가 담겨져 있는 책이다. 처음에 흥미진진했던 이야기도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 느슨해지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뒤로 갈수록 다시 스토리는 살아난다. 저자 코바야시 야스미는 이미 단편소설에서는 남다른 저력을 보여주는 작가다. 그의 전작 밀실 살인을 통해 처음 만났지만 단편소설을 좋아하거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나름 이 책을 재밌게 읽을거라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의 단편을 만날 수 있는 '커다란 숲의 자그마한 밀실'은 저자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세계와 그속에서 보여주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어 나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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