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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자신을 버리고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었던 한 여자의 숨가쁜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화차' 저자 미야베 미유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미미여사로 더 잘 알려져 있으며 이 책의 내용이 영화로 만들어져 다음달 8일에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작품으로 배우들이 마음에 들어 영화보다 먼저 만나고 싶어 구입해 읽은 책이다.
사건 현장에서 사고로 인해서 휴직 중에 있는 형사 혼마는 죽은 아내 지즈코의 조카인 구리사카 가즈야가 찾아온다. 가즈야는 자신의 약혼녀인 스물여덟 살의 세키네 쇼코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다. 의지할 곳 없이 혼자 남겨진 그녀을 위해 기꺼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감행하려는 가즈야는 쇼코의 신용카드 신청으로 둘 사이에 말다툼이 생기고 이후 그녀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호기심과 함께 아내의 조카의 부탁을 조금은 쉽게 생각하고 쇼코의 행방을 찾기 시작하는 혼마 형사는 그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될수록 끝을 알 수 없는 미로에 빠진 기분이 든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사람의 흔적은 오히려 쇼코.... 조카의 약혼녀가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게 누구인지 무슨 이유로 세이키 쇼코 행세를 했는지 의구심만 증폭된다.
쇼코가 근무 했다는 근무지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며 쇼코에 대해 알아갈수록 가즈야가 찾는 사람과 진짜 쇼코가 다르다. 쇼코에 대해 알아가던 중 그녀의 처지를 잘 아는 변호사는 신용불량자로 전략해 버린 사람들을 양상한 정부 정책과 단순하게 생각하고 썼던 현금서비스와 카드빚 이것이 반복되어 결국 사채까지 손대고 개인파산에 이르는 지경에까지 몰리는 사람들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일깨어 준다. 잠시나마 돈의 압박에서 벗어나 사람다운 생활을 맛보고 싶었던 일들이 대책없는 경제관념과 맞물러 막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단지 행복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쇼코의 아픔이 여기에 있다.
가즈야에게 약혼녀 쇼코에 대한 진실을 전해주자 그는 이 모든것을 부정한다. 그의 마음은 끝까지 약혼녀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오히려 혼마에게 거친 행동을 한다. 가즈야와 상관없이 혼마는 쇼코란 여인과 그녀를 사칭하던 미지의 여인에 대한 수사를 중단할 수가 없다. 진짜 쇼코가 처한 상황이 몹시도 불안한 혼마.....
진짜 쇼코와 가짜 쇼코 모두 자신들이 살아온 지긋지긋한 지옥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부채라는 것이 대물림 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높은 이자율을 적용해서 갈취해 가는 악덕 고리대금업자에 의해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허덕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보도를 통해 볼 수 있는데 여전히 우리 주위에는 이런 어려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다.
'화차'는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런 현상을 만든 정부정책과 사회구조를 바라보는 저자 미미여사의 날카로운 시선을 볼 수 있으며 가짜 쇼코지만 그녀가 왜 진짜 소쿄가 되고 싶어하는지 그러기 위해서 자신을 버리는 수고를 기꺼이 감내해야하는 아픔을 인간적으로 보여준다.
미미여사의 책 중에서 최고라고 생각했던 '모방범' 헌데 '화차' 역시도 적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전혀 지루함을 느낄새도 없이 읽었다. 어찌보면 단순하게 사람찾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담겨진 메시지는 사회성 짙으며 경각심을 갖게 한다. 영화로 개봉되면 책에서 느낀 재미보다 덜할지 더할지는 모르겠지만 장면마다 책과 은연중에 비교해서 보는 재미가 쏠쏠할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