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 바디스

웜 바디스 ㅣ 블랙 로맨스 클럽
아이작 마리온 지음, 박효정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12월

사랑은 나이와 상관없고 이념이나 국경도 초월한다고 말한다. 허나 사람을 잡아 먹으며 살아가는 좀비와 인간과의 사랑이라니... 이것이 가능한지 먼저 호기심이 생겼으며 어떤 식의 사랑이야기인지 궁금했던 책 '웜 바디스'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로맨스가 흐르는 내용은 아니지만 기존에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에게 보았던 사랑이야기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색다른 책이다. 

 좀비지만 사람보다 자신에 대해서 더 자주 생각하는 남자 주인공 R... 인간으로 살았을때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며 자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는 자신을 의식하고 세상을 바라본다. 살아가기 위해 인간의 살을 취하고 뇌를 먹는 좀비들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괴기스럽지만 이 속에서도 R과 또 다른 좀비 M이 나누는 대화는 좀비이면서도 좀비가 아닌 느낌을 받기도 했다.

R은 자신이 잡아 먹은 인간의 뇌의 기억을 통해서 그의 사랑하는 연인 줄리를 만나게 된다. 다른 좀비들로부터 줄리를 지켜내기 위해서 R은 노력하며 줄리 역시 처음에 좀비인 R의 모습이 무섭게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R을 통해서 자신의 연인을 어렴풋이 떠올리는데....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줄리를 위해 R은 기꺼이 그녀를 보호하고 줄리가 살고 있는 인간들의 공간으로 나아가는데...

좀비들과 살아있는 인간들과의 싸움 속에서 R처럼 좀비들이 서서히 의식을 갖기 시작한다. 기존의 책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책이다. 영화나 책을 통해서 수 많이 봐왔던 뱀파이어 이야기나 늑대인간 이야기보다 결코 뒤쳐지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다만 좀비들이 살기 위해서 행해지는 모습들의 묘사가 다소 불편하게 다가오기는 했다.

'웜 바디스'의 책속에 나오는 커다란 인물 네명... 좀비인 R과 M, 인간 여성인 줄리와 노라... 여기에 줄리의 아버지까지 각기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모습들이 흥미롭게 느껴졌으며 책을 통해 만나는 것보다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기존의 뱀파이어나 늑대인간 영화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의 영화가 될거란 생각이 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좀비 R이 보여주는 캐릭터는 인간보다 더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웜 바디스'책표지에 있는 카피나 그림처럼 달콤쌉쌀한 로맨스 소설은 아니란 느낌을 받게되지만 색다른 느낌의 내용으로 인해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