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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인 '젠틀맨 & 플레이어' -p 376-를 읽기 전에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2차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 경기에서는 선수들을 ‘젠틀맨’과 ‘플레이어’로 구분했는데, ‘젠틀맨’은 보수 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 말이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저자 조안 해리스의 작품 '초콜릿'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도 문체와 스토리를 보면서 멋진 작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명문 사립학교인 리즈 문법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다음 교직을 떠난 후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열망에서 완성한 책이다.
어린시절 자신이 가진 것보다 다른 누군가가 가진 것에 동경을 가지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영국의 유서 깊은 전통 사립학교인 세인트오즈월드... 이곳에서 수위로 일하게 된 아버지 존 스나이드를 따라 사택에서 살게된 줄리안은 '출입금지'라는 굳게 닫힌 학교를 보면서 좌절감을 맛보게 되고 누구보다 세인트오즈월드의 일원이 되고 싶은 꿈의 공간이 되어버린 아이의 욕망이 표출되고, 또 한명의 주인공인 세인트오즈월드에서 33년째 아이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쓰여졌다.
한 학기만 더 일하면 100번의 학기를 끝내고 퇴직하려던 65세의 라틴어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 학교와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학생들 역시도 그를 좋아한다. 새로 5명의 신입 선생님들이 들어오고 그가 껄끄럽게 느끼는 기존의 동료들은 그의 안식처를 위협하며 로이 교사는 이런 동료들로 인해서 심기가 불편하다. 학교와 함께 나이가 들어간 그는 사람의 내면을 뚫어보는 통찰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가 그의 삶의 모든 것이다.
아버지가 수위로 있는 세인트오즈월드와 비교도 안되는 학교에 다니는 줄리안 스나이드는 학교에 겉돌기를 하며 세인트오즈월드를 탐험하고 관찰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머리속에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라틴어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에 의해서 벌을 받던 학생 리언을 만나게 된다. 열네살의 작은 악동 리언과 줄리안.. 줄리안은 리언에게 자신도 같은 학교 학생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되고 둘 사이에 위험한 놀이는 시작된다. 동경하던 곳의 친구를 갖게 된 어린 줄리안이 선택한 것은 거짓말...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줄리안이 벌이는 일들은 너무나 힘들어보인다.
리언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는 줄리안은 서서히 리언에게 빠져들게 되고 리언으로 인해 행복함과 충족감을 느끼며 좀 더 대담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줄리안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결국 그곳을 떠난 후 시간이 흘러 다시 세인트오즈월드로 돌아오며 복수를 시작한다.
로이 스트레이틀리 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게서 위험을 느끼게 되고 이 모든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자꾸 자신의 촉을 자극하는 학생으로 인해서 그의 신경은 예민해져만 가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라고 느껴지는 학교 이야기를 두명의 주인공들이 이끌고 있는데 책의 페이지 또한 상당한 분량이라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독자도 있겠지만 저자 조안 해리스는 이런 느낌을 받을 사이를 주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어' 역의 주인공이 시종일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또 다른 주인공 '젠틀맨'을 바라보고 그를 올가미에 가두려는 모습은 사람들 가슴 속 어두운 면을 보는 듯하다.
예상 밖의 커다란 반전이 두 번이나 존재하는 재미로 인해 책을 읽는 증거움을 증가시킨다. 현재에도 명문사립학교는 여전히 그 위상이 높다. 주변의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이나 선생님들.. 학교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은 대단할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복수라는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한번쯤 그 심장부를 파헤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권위적이고 폐쇄된 공간 학교를 가지고 이렇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끌어 낸 저자 조안 해리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